10월 추천 여행지

10월 초, 노란 은행잎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서울 근교의 한 마을에서는 단풍보다 오래된 시간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발길을 멈춘다.
길도 표지판도 특별할 것 없지만 도착한 순간 바로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은행나무 한 그루. 가지는 축 늘어지고, 뿌리는 마을 땅속 깊이 내려앉아 있는 듯하다.
수령이 약 8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단순한 생물체가 아니다. 마을의 액운을 막고 병을 막아준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며, 실제로 오랜 세월 동안 제사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잎 하나조차 함부로 가져가지 않는다는 금기가 있을 만큼 존재감이 크다. 본격적인 단풍철이 시작되기 전, 색보다 깊은 이야기를 품은 이 나무를 먼저 찾는 이들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왜 이토록 오랫동안 마을의 중심에 있었는지, 인천 장수동의 800년 은행나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서울 근교 무료 산책명소, 천천히 걷다 보면 느껴지는 분위기”

인천 남동구 장수동 63-6번지에 위치한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는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로, 수령이 약 800년으로 추정되는 거목이다.
나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으나,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영험한 나무’로 여겨져 왔다.
마을에 질병이나 재앙이 돌 때면 나무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치성을 올렸고, 이는 약 200년 전부터는 매년 음력 7월 초하루에 정기적으로 진행돼 온 당제의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나무에는 독특한 금기도 존재한다. 나무의 잎이나 가지 등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금기시하며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가 인재가 날 기운까지 흡수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마을에는 오래 사는 이들은 많지만 큰 인물이 드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단순한 전설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마을 단위의 신앙과 공동체 문화가 어떻게 자연물과 결합돼 유지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생물학적 특성 역시 주목할 만하다. 뿌리목에서 줄기가 다섯 갈래로 고르게 갈라지며 수직으로 솟아올랐고, 가지는 일반 은행나무와 달리 아래로 처져 수양버들을 연상시키는 형태를 이룬다.
생육 상태도 안정적이며 수형의 균형과 수피의 건강 상태도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학술적 가치뿐 아니라 민속문화적 의미도 커 문화재적 보존 가치가 크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시기는 예년 기준 10월 중순 이후로, 현재는 아직 단풍이 본격화되기 전이다.

그러나 나무 자체의 구조와 주변 환경이 주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때문에 가을 단풍철을 피해 조용히 둘러보기 좋은 시기로 손꼽힌다.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자연적 경외심을 느낄 수 있는 드문 공간이기도 하다.
운영시간이나 입장료는 별도로 없으며 은행나무 주변은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가을이 물들기 전, 단풍보다 깊은 시간을 만날 수 있는 이색 자연명소. 800년을 견뎌온 은행나무 아래에서 잠시 멈춰 서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