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추천 여행지

고즈넉한 도심 속에서 500년의 시간을 품은 생명체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국 어디서든 가을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은행나무지만, 단순히 단풍 명소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북 경주시 동부동에 있는 은행나무는 일반적인 도시 가로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유래와 규모, 수령을 자랑한다.
단풍이 드는 계절이 되면 사람들은 흔히 유명 사찰이나 계곡을 떠올리지만 이곳은 별도의 입장료도, 특별한 시설도 없이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며 세월을 전한다.
도시와 역사 유적이 공존하는 경주에서 이 은행나무는 화려하지 않아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전국에 몇 안 되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고목 중 하나로, 생태적·문화재적 가치 모두를 갖추고 있다.

이름 없이 오랜 세월을 견뎌온 이 나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11월 초, 깊어가는 계절 속에서 은행나무의 생명력과 시간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떠나보자.
동부동 은행나무
“가을철 도심 속에서 만나는 황금빛 자연명소”

경북 경주시 동부동 193 외 3필지에 위치한 ‘동부동 은행나무’는 수령 약 5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다. 높이는 19m에 이르며 줄기 둘레는 6.66m에 달한다.
크기만으로도 지역 내에서는 손꼽히는 수준이며, 전체적인 생육 상태도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약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또 한 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다.
두 나무 모두 암나무로 확인되며 결실량도 풍부한 편이다.
병충해에 강하고 넓은 그늘을 제공하는 특성상 예부터 은행나무는 정자나무나 마을 수호목으로 많이 심어졌는데, 동부동 은행나무 역시 조선시대 경주부 동헌이 건립될 당시 식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식재 시점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지만, 지역 내에서는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문화적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이 나무가 자리한 동부동은 경주의 중심지에 가까워 유적지 탐방과 함께 둘러보기에도 동선상 부담이 적다.
다른 관광명소처럼 구조물이나 편의시설이 조성돼 있지 않지만, 오히려 이 나무가 지닌 역사성과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조용한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단풍의 색감이나 상태에 따라 관광 수요가 좌우되는 일반적인 명소와 달리, 동부동 은행나무는 계절과 무관하게 찾을 수 있는 고정된 여행지로 기능한다.

운영 시간이나 휴일에 제한은 없으며, 입장료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깊어가는 가을, 복잡한 설명보다 오랜 시간을 품은 나무 한 그루와 마주하는 여행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