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한 여인이 꿈에서 노인을 만났다. 그는 바닷바람 부는 언덕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저곳에 살게 되리라.” 그 말을 남긴 노인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인은 그 언덕을 잊지 않았다.
마침내 죽음을 맞이한 그녀는 실제로 그곳에 묻혔다. 그로부터 150년이 흘렀고, 무덤은 여전히 바다를 향해 언덕 위에 남아 있다. 바로 그 맞은편 산에는 그녀의 남편이 잠들어 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는 채로 세기를 넘어 마주 보고 있다. 관광지로 알려지기 전부터 이미 깊은 전설을 품고 있었던 곳, 거제 ‘바람의 언덕’이다.
드라마와 예능 촬영지로 이름을 알린 이후 관광 명소가 되었지만, 지금도 사람들을 멈춰 세우는 건 이 오래된 사연과 그 뒤로 펼쳐지는 자연 풍경이다.

지금부터 그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은 여름 언덕, 거제 바람의 언덕으로 떠나보자.
바람의 언덕
“조선 후기 부부 무덤 이야기로 주목받는 거제 해안 명소”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은 거제 8경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표 관광지다.
도장포마을 북쪽에 자리 잡은 이 언덕은 원래 ‘띠밭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2002년부터 ‘바람의 언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다. 이름처럼 항상 바닷바람이 부는 이곳은 낮은 언덕 위에 넓은 잔디밭과 네덜란드 양식 풍차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언덕은 각종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브의 화원’, ‘회전목마’ 등 드라마 촬영지로 등장한 데 이어 2009년에는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촬영지로도 소개됐다.
하지만 언덕의 가장 중심에 있는 작은 봉분이 그저 눈에 띄는 조형물이라 생각한다면, 그 의미는 놓치게 된다.

봉분 아래 묻힌 이는 조선 후기 관직에 있었던 통정대부 진종기의 부인이다. 그녀는 생전에 남편과 각별한 사이로 전해지며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저 언덕에 살게 되리라”라는 꿈속 예언을 받고 실제로 그 언덕에 묻혔다.
이 무덤의 위치는 단순한 자연 묘지의 하나가 아니다. 언덕 건너편에 위치한 학동 바우산에는 남편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 두 무덤은 현재까지 서로를 향해 마주 보고 있다.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도장포마을에서 출발해 도보로 오를 수 있으며 언덕 인근에는 유람선 터미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 마을은 과거 도자기 배 창고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랜 항구 역사를 지닌 곳으로, 최근에는 해안경관 색채사업을 통해 마을 전체가 정비됐다. 골목마다 벽화와 타일공예가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인 공간으로 변화했다.

언덕 정상에 오르면 주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아래 마을과 저 멀리 펼쳐진 바다, 하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살을 식혀주는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온다.
일몰 무렵에는 바우산 방향으로 붉게 번지는 석양이 언덕을 감싸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제공한다.
바람의 언덕은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된다. 무더운 여름날, 관광과 전설이 공존하는 조용한 언덕에서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