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바다, 그리고 꽃
경포에서 봄의 끝을 잡다

강릉 경포 일대에 만개한 벚꽃이 여전히 봄의 절정을 알리고 있다.
지난 9일, 영남권 대형산불로 인해 축소 운영됐던 ‘2025 강릉 벚꽃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축제 이후에도 경포 벚꽃길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경포진입로부터 경포호와 경포대 일대까지 3km에 달하는 벚꽃길은 지금이 가장 화사한 시기다.

30년 넘은 벚나무들이 터널처럼 도로 양옆에 늘어서 있어, 걷는 이들마다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된다.
경포호 주변 풍경은 그 자체로 ‘명승’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경호’라 불리던 이 호수는 예로부터 화랑과 선비들이 사랑한 곳으로, 경포대에 올라 바라보는 호수의 달빛은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지금은 호수를 따라 벚나무와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며 걷기 좋은 산책길을 만들어주고 있다. 자전거도로도 잘 정비돼 있어 자전거나 4륜차를 대여해 경포호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경포대는 고려 충숙왕 때 처음 지어진 누각으로, 강릉을 대표하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46호다.

이곳에는 숙종의 ‘어제시’와 율곡 이이의 ‘경포대부’를 비롯한 수많은 명사들의 글이 게시되어 있어, 문화유산으로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경포호의 경치는 고요하면서도 봄의 생동감이 함께 묻어난다. 이런 벚꽃 풍경은 경포호뿐만 아니라 바로 옆 경포해변까지 이어진다.
동해안 최대 해변으로 꼽히는 경포해변은 흰 모래사장과 푸른 파도,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져 벚꽃과 함께 보기 드문 풍경을 완성한다.
해안사주를 따라 경포호와 해변이 나란히 펼쳐져 있어, 산책로 하나로 호수와 바다, 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축제가 끝났다고 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조용히 벚꽃과 자연, 강릉의 멋을 음미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다.
사람 붐비는 시기를 지나, 남은 벚꽃과 함께 강릉의 봄을 마지막까지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