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추천 여행지

도시의 불빛이 사라지면 하늘은 본래의 색을 되찾는다. 해발 1,100미터,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산등성이 위에서 맞이하는 밤은 그렇게 깊다.
빛 공해가 없는 고지대에 오르면, 맨눈으로도 북두칠성과 은하수를 구분할 수 있다.
별이 아닌 듯 빛나는 고랭지 밭 사이로 은은한 새벽안개가 흐르고, 이곳에서는 낮의 풍경보다 밤의 정적이 더 큰 감동을 준다.
안반데기는 ‘국내 은하수 출사지 1순위’라는 명성을 이미 오래전에 얻었다. 하늘을 찍으러 오는 사진가들뿐 아니라, 그냥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간을 보내려는 여행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

11월의 차가운 공기가 별빛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지금, 고요한 별의 고원 안반데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안반데기
“밤하늘이 가장 가까운 곳, 11월의 별빛을 따라 올라가는 길”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길 428에 위치한 ‘안반데기’는 해발 1,100미터 고지에 형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밭이다.
1960년대 중반, 산비탈을 일구며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이 삽과 곡괭이로 개간해 만든 농지로, 약 200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평평한 지형이 드물었던 이 지역에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경작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자 역사다. 이름은 넓고 평평한 바위를 뜻하는 ‘안반’에서 유래됐으며, 실제로 고원 지형이 완만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은 여름철에도 도심보다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낮고, 가을에는 해 질 무렵부터 기온이 빠르게 떨어진다.

낮의 안반데기는 배추와 무, 감자 등이 자라는 고랭지 농촌 풍경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풍경은 전혀 다른 얼굴로 바뀐다. 인공조명이 거의 없는 해발 고지대라는 점 덕분에 밤하늘이 유난히 밝다.
이 때문에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별 관측 명소로 손꼽혀 왔다. 북두칠성과 은하수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드문 지역으로, 국내에서 은하수 촬영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11월 초에는 습도가 낮고 대기 흐름이 안정돼 별이 뚜렷하게 보이는 날이 많다. 11월 안반데기를 방문하려면 일몰 직후부터 새벽 2시 사이가 별 관측의 최적기다.
이 시간대에는 달빛의 간섭이 적고, 별빛이 가장 선명하게 감지된다. 기온은 영상 2~5도 안팎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방한복과 장갑은 필수다.

바람이 잦아드는 새벽 무렵에는 하늘의 밝기가 가장 일정해 사진 촬영에도 유리하다. 삼각대를 세울 평탄한 공간이 넓게 조성돼 있어 초보 촬영자도 안정적으로 장비를 설치할 수 있다. 만약 장비가 없어도 별빛 관찰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날씨와 달빛에 따라 은하수의 밝기는 달라진다. 달이 높이 뜨는 날에는 별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달이 없는 그믐 시기에는 수천 개의 별이 하늘을 뒤덮는다.
주변에 숙박시설이나 대형 상업시설이 거의 없어 안반데기에서의 체험은 자연 그대로에 가깝다. 주변 산 능선과 밭의 윤곽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드러나며 별빛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장면은 인공조명이 연출할 수 없는 빛의 조화다.
안반데기는 별도의 입장료가 없으며 연중 상시 개방돼 있다. 공식 운영시간은 없으나 야간 관측을 위해서는 일몰 전 미리 도착하는 것이 좋다.

11월 초, 공기가 가장 맑고 하늘이 가장 투명한 시기다. 인공조명 없는 하늘 아래에서 별빛을 담고 싶은 이라면, 안반데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