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오고 있지만
수익은 안 따라오는 관광수지 ‘딜레마’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관광수지는 오히려 역대 최악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며 ‘양적 회복’과 ‘질적 수익’ 사이의 괴리를 드러냈다.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관광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외래 관광객은 총 387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다.
하지만 관광수입은 2019년보다 24% 가까이 줄어든 37억 8000만 달러에 머무르며 수익성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였다.

특히 1인당 평균 소비액은 976달러로, 2019년 1290달러에 비해 24.4%나 감소했다. 관광객이 많아져도 돈을 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상은 크루즈 관광객 증가와도 맞닿아 있다. 2025년 1분기 외래 관광객 중 7.4%가 크루즈로 입국했는데, 이들은 체류 시간이 짧고 숙박·식음료·쇼핑 등 지출이 적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여기에 외국인 대상 면세점 매출 또한 2019년 40억 9000만 달러에서 올해 15억 9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중국 관광객의 회복도 더딘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중국 관광객 수는 133만 명으로, 2019년 대비 84% 수준에 그쳤고, 소비력 역시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반면 미국(+37.6%), 유럽(+2.5%), 오세아니아(+44.7%) 등 장거리 시장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더 활기를 띠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외국인은 오는데 돈은 안 쓴다’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프리미엄 관광’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바로 제주도의 움직임이다. 제주도는 중국 내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미식·웰니스 여행 상품을 기획 중이다.
중국 선전의 고급 미식 브랜드 ‘식호야’와 협업해 흑돼지 오마카세, 해녀의 부엌, 성게미역국 등 제주 고유의 식문화를 체험하는 5박 6일 일정(약 480만 원 상당)의 고가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가족형 콘텐츠나 스포츠 마니아층을 겨냥한 체험형 팸투어도 병행해 다양한 수요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도 고부가가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에서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생과방 K-디저트, 장 담그기, 한식 클래스 등 서울만의 정체성이 반영된 체험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오는 6월에는 글로벌 럭셔리 관광 바이어를 초청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에서 1:1 상담과 체험을 연계한 고급 관광 비즈니스 행사를 연다.
서울시는 연말에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B2B 럭셔리 관광 박람회인 ILTM에 단독 부스로 참가해, 글로벌 유통망과의 실질적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관광 수요를 단순 유치에 그치지 않고, 체류 기간과 소비력까지 끌어올리는 ‘질적 도약’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발길을 소비로 연결하는 방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야놀자리서치 홍석원 수석연구원은 “단순 입국자 수 증가가 수익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지역공항 인프라를 다양화하고, 외국인이 체류하고 싶은 콘텐츠 중심의 고품질 관광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고 있는 지금, 중요한 건 ‘얼마나 오느냐’보다 ‘얼마나 머물고 소비하느냐’다. 지금은 숫자 이상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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