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지역축제 바가지 논란

해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는 주민의 자부심이자 관광객에게는 색다른 체험의 장이다.
전통과 예술, 지역 고유의 음식까지 한데 어우러져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공간에서 최근 연이어 터진 사건들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축제 신뢰도’에까지 흠집을 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주 탐라문화제, 그리고 경남 진주에서 열리고 있는 남강유등축제(10월 1일~10월 19일) 현장에서 가격 대비 지나치게 부실한 음식이 판매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김밥 안에 고작 단무지와 당근, 계란 몇 조각만 들어 있었고, 만 원짜리 닭강정은 손바닥보다 적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전통과 향토문화’라는 이름 아래 열리는 지역 축제가 관광객에게 남긴 건 감동이 아닌 실망이라는 목소리다.
4천 원 김밥 속 ‘단무지·당근’이 전부…“이게 다냐” 비판 쏟아져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64회 제주 탐라문화제에서 판매된 김밥이 지나치게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시 A마을 부녀회가 운영하는 부스에서 판매된 김밥은 한 줄에 4천 원이었으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속 김밥은 밥과 김 외에 단무지, 계란지단, 당근 몇 조각이 전부였다.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천 원짜리 김밥도 이보단 낫다”, “쌀은 안 아끼는구나”, “사실상 ‘김+밥’이다”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게시물 속 김밥이 실제로 부실하게 판매된 것이 맞다”며 “축제를 찾은 분들에게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A마을 부녀회는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축제에서 향토음식 부스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참여한 것”이라며 “음식 준비 과정에서 일부 부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밥 외에도 몸국(1만 원), 파전(1만 원), 멸치국수(7천 원), 소주(4천 원) 등은 적정한 가격에 제공됐으며, 다른 품목에 대해선 바가지라는 지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올해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제주의 벚꽃축제에서는 순대볶음 한 접시(순대 6조각 기준)가 2만 5천 원에 판매돼 바가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역축제 바가지요금 관리 대책’을 수립하고, 판매 부스에 음식 견본 이미지와 실물 샘플 모형을 비치하도록 적극 권고했지만, 이번 탐라문화제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이다.
한 줌 닭강정에 1만 원… 푸드트럭 퇴출
경남 진주시에서 열리고 있는 남강유등축제(10월 1일~10월 19일) 현장에서도 푸드트럭이 판매한 음식의 양과 가격이 문제가 됐다.

최근 SNS에서는 “진주 유등축제에서 만 원짜리 닭강정을 샀는데 양이 손바닥만 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이 퍼졌다.
실제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에는 작은 상자 안에 소량의 닭강정과 감자튀김 몇 개가 담겨 있었다. 게시글 작성자는 “이걸 만 원이나 주고 샀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진주시는 10월 16일 해당 음식점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문제의 푸드트럭을 축제장에서 퇴출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푸드트럭 임대료가 하루 100만 원에 달한다는 일부 소문이 돌자, 진주시는 사실 확인에 나섰다.

시는 “해당 임대료는 하루 약 12만 5천 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며 “임대료 탓에 가격이 올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진주시는 현재 푸드트럭 및 부스 운영 구역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상품 가격, 위생, 혼잡도 등을 점검하고 있으며 불편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현장 출동해 대응하는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시는 남강유등축제를 비롯해 개천예술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지역 내 대규모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축제 현장에서의 민원 방지를 위해 현장 단속 강화, 자원봉사자 교육 확대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문제, 단속만으론 부족… 사전 관리 시스템 필요
지역축제의 음식 부스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역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다. 관광객은 음식을 통해 지역 정서를 느끼고, 또 만족스러운 소비를 통해 그 지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번 제주와 진주의 사례처럼 음식의 질과 양이 가격에 비해 현저히 부족할 경우, 관광객은 ‘축제’가 아닌 ‘상술’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향토음식’이라는 명목 아래 정직한 식재료와 손맛을 기대했던 소비자일수록 배신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간 지자체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단속과 사후 조치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회성 사과나 업소 퇴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판매 전 메뉴 구성 사전 점검, 식재료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 가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축제는 지역과 방문객 모두가 즐거워야 완성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믿고 먹을 수 있는 한 끼’에서 출발한다.
김과 밥만 있는 김밥, 한 줌도 안 되는 닭강정 같은 장면이 다시는 축제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지자체의 보다 철저한 준비와 관리가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