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들이 사랑한 이유 있었다”… 황금빛 물결 끝없이 이어지는 은행나무숲

11월 추천 여행지

한때는 지도에도 이름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작은 마을이었다. 도로 끝, 낯선 시골길을 따라야만 도착할 수 있던 이곳은 이제 전국에서 가을을 좇는 이들이 줄을 잇는 명소가 되었다.

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이야기다. 경주의 수많은 유적지들 사이에서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인위적인 듯, 그러나 그 안에서 자연의 질서를 빚어낸 풍경 덕분이다.

열을 맞춰 쭉쭉 뻗은 은행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숲길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다. 다른 단풍 명소들이 붉은빛으로 가을을 채운다면, 이곳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며 또 다른 계절의 인상을 남긴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고요한 정취가 공존하는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으로 떠나보자.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사진작가·웨딩 촬영팀 몰리는 황금빛 숲길”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도리 1리)에 위치한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을 풍경 명소로 입소문을 타며 급부상했다. 원래 이 은행나무들은 묘목 판매를 위한 목적에서 심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수백 그루가 자라 울창한 숲을 이뤘고, 어느 순간부터 가을철이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정렬돼 자작나무숲처럼 위로만 길게 뻗은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드는 시기면, 햇살에 반사된 잎사귀들이 숲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사진작가들의 렌즈를 유혹한다.

사진가들뿐만 아니라 웨딩촬영을 꿈꾸는 예비부부들도 이곳을 즐겨 찾는다. 은행잎이 흩날리는 숲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남기기 위해 11월 초부터 주말이면 작은 마을 입구는 삼각대와 웨딩드레스로 가득 찬다.

지역 주민들도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매년 단풍철이 되면 자발적으로 먹거리 장터와 특산물 판매장을 열어 방문객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더한다.

다만, 올해의 경우 11월 초 현재까지는 은행나무들이 아직 본격적인 황금빛으로 물들지 않았다. 단풍은 예년보다 늦게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절정은 약 1주일 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확한 단풍 시기 확인을 위해 방문 전 지역 문의처에 연락해 보는 것을 권한다.

관람에는 별도의 시간제한이나 입장료가 없다. 다만 공중화장실은 없어 도리 1리 새마을회관이나 인근 친환경농업교육원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자가용 방문이 용이하며 주차도 가능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경주 시내에서 303번 버스를 타고 일 5회 운행하는 ‘도리보건소 정류장’에 하차한 뒤 도보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올가을, 복잡한 도심을 잠시 벗어나 황금빛 숲에서 여유를 찾고 싶다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