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4배 가격… 부자들만의 테마파크로 변해가

놀이공원, 그저 동심의 세계일까? 아니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지갑 경쟁’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운영사인 디즈니가 또 한 번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그들의 최신 상품, 바로 ‘번개 레인 프리미어 패스'(Lightning Lane Premier Pass, 이하 번개 패스)다.
이 번개 패스는 놀이기구 앞에 길게 줄을 설 필요 없이 곧바로 탈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한다.

기본 입장권에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이 상품은 제한된 수량으로 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가격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 리조트에서는 137.39달러(약 18만 8천 원)에서 478.19달러(약 65만 원) 사이에,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서는 400달러에 판매된다.
하루 입장권이 104∼109달러(약 14만∼15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번개 패스의 가격은 무려 4배 이상.
말 그대로 ‘정말 부자들만 즐기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디즈니는 이번 번개 패스가 극히 한정된 수량으로 미국 내 테마파크에서만 판매된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런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은 디즈니가 ‘부유한 사람들만의 테마파크’로 전락하고 있다고 느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테마파크의 가격을 추적하는 사이트 ‘마우스세이버스’의 운영자 ‘돈 먼실’은 “디즈니가 내놓는 새로운 것들은 점점 부유한 계층만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실 디즈니는 이전에도 놀이기구를 더 빨리 탈 수 있는 티켓을 제공했지만, 번거롭게 앱을 통해 시간을 지정해야 했다.
이번 번개 패스는 그런 복잡한 절차 없이 원하는 놀이기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완벽한 ‘특권 티켓’인 셈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지만, 그만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연 디즈니는 언제부터 ‘동화의 나라’에서 ‘자본의 나라’로 변해버린 걸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 웃고, 나머지는 그저 긴 줄에서 기다릴 뿐인 현실. 디즈니의 마법 같은 세상 뒤에 숨겨진 냉혹한 자본주의의 두 얼굴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모두의 꿈’을 이야기하던 디즈니, 그 꿈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