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에나 쓰던 디카를 요즘 애들이?”… 엄마아빠 디카로 여행 다니는 딸, 세대 넘나드는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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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사진, 투박한 버튼
‘디놀’로 부활한 아날로그 감성
출처 : 엑스 앱 캡처 (‘디놀’에 빠진 누리꾼들의 글)

여행을 준비할 때 스마트폰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지도, 검색, 예약, 촬영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여행 가방 한쪽에 ‘디카’, 즉 디지털카메라를 따로 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보다 촬영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는 이 구형 기계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기능 때문이 아니다.

여행지를 기록하는 방식에 ‘속도보다 감성’, ‘선명함보다 손맛’을 찾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디지털카메라가 MZ세대 중심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부상하고 있다.

그들은 이것을 ‘디놀(디카 놀이)’, 함께하는 친구를 ‘디친(디카 친구)’, 카메라 외관을 꾸미는 행위는 ‘디꾸(디카 꾸미기)’라 부른다.

출처 : 연합뉴스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카메라가 여행을 위한 도구를 넘어, 그 자체로 취향과 놀이가 되는 시대. 이 흥미로운 트렌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30년 전 디카 감성에 열광하는 MZ세대

“디카로 찍고 꾸미고 공유하는 ‘디놀’, 폰카보다 손맛 중요해졌다”

출처 : 엑스 앱 캡처 (‘디놀’에 빠진 누리꾼들의 글)

디놀의 확산은 단순한 촬영 습관의 변화라기보다 디지털 피로에 지친 세대가 ‘느린 감성’을 다시 호흡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읽힌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버튼을 눌러 셔터를 ‘달칵’하고 누르는 그 손맛, 해상도보다 흐릿한 색감, 필터 없는 결과물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이미지보다 약간의 노이즈가 섞인 사진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특히 20대 초반의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디카로 찍은 사진은 실시간 업로드보다는 나중에 다시 꺼내 보는 즐거움에 가깝다. 찍고 바로 올리는 시대에서 찍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소비가 바뀌고 있다.

출처 : 포털사이트 캡처 (네이버 포털사이트에 ‘디카 꾸미기’라 검색하니 나온 이미지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선물하기 채널에서 2만~5만 원대의 저가형 디카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화질이 뛰어나지 않아도 무방하다.

오히려 그 거친 디테일이 ‘빈티지’의 미감을 극대화해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과하게 선명하지 않아 좋다’는 사용 후기에서 알 수 있듯 디카 열풍은 기술의 발전과는 거리를 둔 정서적 만족에서 출발한다.

관련 문화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디카에 비즈 스티커나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장식하거나 감성적인 스트랩을 더하는 ‘디꾸’는 단순한 촬영을 넘어선 놀이 요소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기능적인 기계였던 카메라가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물건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출처 : 엑스 앱 캡처 (‘디놀’에 빠진 누리꾼들의 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디놀 갈 사람’, ‘디카 떼샷 인증’, ‘디카 꾸미기 자랑’ 같은 게시글이 연일 올라오며 유행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2박 3일 여행에 디카 20여 대를 들고나간 사례도 등장할 정도다.

이 흐름은 세대 간 감성 공유로도 이어진다. 과거 30~40대가 사용하던 구형 디카를 자녀들이 꺼내 쓰며 새로운 감성으로 소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빠가 결혼 초에 쓰던 디카를 딸이 여행 갈 때 챙긴다”거나 “내가 쓰던 디카 모델이 요즘 다시 인기라니 신기하다”는 반응처럼 레트로와 현재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맞닿고 있다.

실제로 캐논 익서스, 니콘 쿨픽스, 삼성 VLUU 시리즈 등 과거 인기 모델은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신제품보다 더 높은 시세를 형성하기도 한다.

출처 : 연합뉴스 (디지털 카메라)

소비 트렌드 전문가들은 디카 유행을 디지털 피로에 대한 정서적 반작용으로 해석한다. 빠르게 찍고, 빠르게 편집해, 빠르게 공유하는 스마트폰 기반 문화가 인간적인 여백을 줄이고 있다는 자각이 만들어낸 반응이라는 것이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정서적으로는 오히려 편안한 이미지, 순간을 천천히 즐기려는 태도, 기록보다 경험을 우선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디카와 함께 부활하고 있다.

여행을 기록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선명하고 빠른 것만이 답은 아니다. 흐릿해도 좋고, 느려도 괜찮다는 디카의 복귀는 여행 그 자체를 음미하고 싶은 감성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당장 완벽하게 찍히지 않아도, 다소 거칠어도,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담고 싶다면 이번 주말엔 스마트폰 대신 오래된 디카를 챙겨 나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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