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더위가 일으킨 파장
시들한 가을 단풍에 방문객들 ‘실망’
유일하게 10월부터 단풍놀이 가능한 ‘오대산’
올해 가을 단풍은 유난히 늦게 찾아왔다. 역대급 더위가 이어지면서 주요 단풍 명소들이 예년보다 한참 뒤늦게 물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풍이 들지 않았거나 색이 옅어 실망을 주는 지역도 많다. 예년 같으면 11월 초순에는 전국의 단풍 명소 대부분이 절정에 달하지만, 올해는 주요 명소마저 시들한 모습이다.
6일 기상청이 발표한 전국 21개 유명 산의 단풍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절정에 이른 산은 절반인 11곳에 불과하다.
서울 북한산의 단풍은 예년보다 8일 늦어진 10월 23일에 시작됐고, 11월 4일에야 겨우 절정에 도달했다.
월악산 역시 평년보다 9일 늦게 단풍이 들었고 절정도 12일 지각하여 단풍 관광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특히 단풍 절정기로 손꼽히는 내장산은 평년보다 11일이나 늦게 물들기 시작해 아직도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 기상청은 이같은 단풍 지연 원인으로 9월 말까지 이어진 이례적 늦더위를 지목했다.
나뭇잎의 엽록소가 분해되어 붉고 노란 단풍색을 나타내려면 최저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10월조차 평균 최저 기온이 11.9도에 달해,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졌다. 이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0월 기온으로 기록됐으며, 이로 인해 단풍 드는 시기 자체가 밀려났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럼에도 강원도 오대산은 올해 드물게 10월부터 단풍 절정기를 맞아 유일한 단풍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오대산은 강릉시와 평창군, 홍천군에 걸쳐 있으며 해발 1,563m로 높고 기온이 비교적 낮아 단풍이 일찍 찾아왔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월정사 전나무숲길과 팔각구층석탑이 있는 경내는 매년 아름다운 단풍 절경을 보여 주며 방문객의 발길을 끌어왔다.
올해는 특히 단풍 명소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계방산과 소금강계곡 등 인근 관광지와 함께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늦은 단풍이 점차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단풍나무, 참나무, 은행나무 등의 단풍 시기는 최근 10년 동안 매년 평균 0.4일씩 늦어지는 추세다.
이같은 지연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을 단풍 시기가 해마다 늦어지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2046년에서 2065년 사이 단풍 시기가 현재보다 10일 이상 늦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올해의 가을 단풍 지각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볼멘소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오대산처럼 유일하게 제때 찾아온 단풍이 있어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기후 변화가 가을 단풍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