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배롱나무와 단아한 한옥
7월의 화왕 배롱나무

선비들이 좋아하는 나무라고 하면 보통은 사군자(四君子)를 떠올린다. 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뜻한다.
그러나 선비들이 좋아하는 나무로는 이 외에도 은행나무, 살구나무, 회화나무, 향나무 등이 있다.
여기에는 여름이 되면 화려하게 서원과 향교를 수놓는 배롱나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목(木)백일홍’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당나라 장안에 황제가 사는 자미궁에도 많이 식재되었다.

7월부터 개화가 시작되는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이 깨끗하고 여름에 개화한 모습이 화려하여, 고즈넉한 한옥에 화룡점정처럼 좋은 포인트가 되어 준다.
창호지 바른 문을 통해 피어난 모습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는 배롱나무를 만나볼 수 있는 국내 명소로는 어떤 곳이 있는지 알아보자.
안동 하회마을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종가길 2-1에 위치한 안동 하회마을은 대대로 풍산 류(柳)씨가 자리 잡은 한옥 마을이다.

강이 굽이 치는 형태에 있는 독특한 지형과 고즈넉한 한옥의 멋을 그대로 간직한 안동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등재된 한국의 전통적인 명소이다.
특히, 하회마을 곳곳에는 7월이면 화려한 배롱나무들이 피어나 그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여 사진을 찍으러 오는 구경꾼들이 많다.
또한, 낙동강에서 나룻배를 타고 뱃놀이를 즐길 수도 있고, 노송숲 역시 거닐 수 있으니 여름에 더할 나위 없이 즐기기 좋은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하회마을 인근 병산서원 또한 배롱나무로 유명한 여름 명소이니 함께 방문하는 편을 추천한다.
거창 구연서원
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 은하리길 100에 위치한 구연서원은 본래 구연재라는 서당에서 시작되어 조선 중기에 서원으로 발전하였다.

구연서원은 7월이 되면 정원에 식재된 배롱나무에서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붉은 꽃들로 꽃망울을 터뜨린다.
구연서원의 푸릇한 잔디밭에 홀로 선 배롱나무는 혼자라는 것이 처연하게 느껴지기보다 굳세게 느껴질 정도로 의연하다.
구연서원은 어느 창문을 통해서 풍경을 감상하더라도 배롱나무가 그려진 그림이라 생각할 정도로 고즈넉한 느낌이 있다.
또한, 구연서원 인근에는 정자인 요수정과 수승대 관광지가 있어 함께 즐길 거리가 풍부하니 이 점을 참고하도록 하자.
담양 명옥헌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에 위치한 명옥헌은 조선시대 관리 오희도와 그의 아들 오이정이 건설한 정원이다.

명옥헌은 특히 여름에 연못을 둘러싼 배롱나무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명소다. 연못에 낙화한 배롱나무의 꽃잎은 더욱이 절경이다.
명옥헌의 수면에 비친 배롱나무의 붉은 빛, 그리고 여름의 신록이 무르익으면서 이루는 절묘한 조화는 여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비경이기도 하다.
이 연못은 오이정이 조경한 것으로, 조선시대부터 그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질 정도로 유서가 깊다.
올 여름에 배롱나무로 둘러싸인 연못을 만나보고 싶다면, 담양을 방문할 때 명옥헌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