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천 여행지

가을이면 자연은 붉은색부터 자신을 드러낸다. 나무가 물들기 전, 땅에서 먼저 피어나는 꽃무릇이 산책로를 물들이고, 키보다 높게 솟은 팜파스그라스가 바람을 가르며 계절의 분위기를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풍경을 하나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국내 최다 식물종을 보유한 한 수목원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식물도감이자 사계절이 분리되어 흐르는 복합 자연 공간이다.
특정 식물만을 위한 온실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과 계절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구역별 정원은 계절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이동할 수 있게 한다.
이곳은 단순한 가족 나들이 공간이 아니다. 수목의 배열과 동선 설계, 보존 철학까지 포함해 하나의 식물 문화유산으로 평가받을 만큼 밀도 높은 장소다.

10월, 걷기만 해도 가을이 따라오는 식물 정원 천리포수목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천리포수목원
“가족 대상 인기 높은 생태형 수목원, 동선 세분화로 밀도 높은 관람 가능”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1962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故 민병갈 박사가 평생을 바쳐 만든 이 공간은 현재 7개 정원 구역과 에코힐링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본원인 밀러가든을 중심으로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골 등 각 지역의 기후 조건에 따라 다양한 식물들이 구획별로 배치돼 있다.
이 수목원은 2024년 기준 총 16,895 분류군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목련이 926 분류군, 동백나무가 1,096 분류군, 호랑가시나무 566 분류군, 무궁화 373 분류군, 단풍나무 257 분류군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국내 수목원 가운데 가장 많은 식물종을 유지·관리 중이다.

가을철에는 주요 구역마다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꽃무릇은 나무 아래 그늘진 공간을 붉게 채우며 팜파스그라스는 해안가 언덕길에서 가을바람에 맞춰 흔들린다.
낙엽이 떨어지기 전, 단풍나무 구간은 점차 색이 옅어지며 노란색과 붉은빛을 띠기 시작한다. 계절에 따라 다르게 피고 지는 식물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는 구조는 관람형 정원이라기보다 생태교육형 식물 공간에 가깝다.
이곳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지만, 교육기관이나 식물 전문가의 방문도 꾸준하다. 각종 식물표지판과 동선 표시는 초보 방문객도 식물 이름과 특징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방문 시, 단순한 체험이 아닌 관찰과 질문이 이어지는 구성이 가능해 학습적 요소도 함께 갖춘 것이 특징이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3월~10월)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동절기에는 한 시간 단축 운영된다. 입장료는 일반 1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주차는 가능하다. 보다 자세한 요금 안내는 별도 전화 문의가 필요하다.
꽃이 지기 전, 단풍이 시작되기 직전의 경계에서 가을을 가장 풍성하게 만날 수 있는 곳, 천리포수목원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