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한 봄꽃 개화
축제 일정도 속수무책

봄꽃 개화 시기가 예상과 다르게 변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봄 축제 일정이 조정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순천시 매곡동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7회 탐매축제’를 일주일 연기해 3월 2일로 개최하기로 했다.
주최 측은 최근 잦은 눈과 일조량 부족, 기습 한파로 인해 홍매화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축제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황금 연휴 기간을 고려해 관광객 유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꽃 개화 문제뿐만 아니라 봄철 특산물을 활용한 축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창원에서 매년 열리던 ‘진동미더덕축제’는 올해 아예 취소됐다.
미더덕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축제를 열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역 어업인들은 최근 고수온과 빈산소수괴 현상으로 인해 양식장에서 미더덕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일부는 녹아버렸다고 전했다.
어장 상태를 점검한 결과, 과거보다 현저히 적은 양의 미더덕이 남아 있어 축제를 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더덕은 보통 5~6월 양식을 시작해 다음 해 초까지 수확하는데, 작년 여름부터 이어진 해양 환경 변화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벚꽃 축제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진해군항제는 올해부터 벚꽃 개화가 아닌 ‘만개’를 기준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지난해에는 예상보다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라는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개화 후 약 일주일간 꽃이 만개하는 시점에 맞춰 축제를 기획했다. 예보가 빗나갈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인해 정확한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만큼, 새로운 기준이 적절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벚꽃 개화 시기 예측 실패로 인해 혼란이 발생했다. 안동시는 벚꽃 개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고 축제 일정을 조정했지만,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와 잦은 비로 인해 개화가 지연되면서 방문객들은 한동안 빈 가지뿐인 벚나무를 바라봐야 했다.
결국 안동시는 급하게 축제 기간을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주에서도 ‘대릉원 돌담길 벚꽃축제’ 일정이 번복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기존보다 2주 앞당겨 개최하려 했지만,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한 차례 일정을 수정해야 했다.
속초시는 벚꽃이 피지 않은 상태에서 축제가 열리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는 이례적인 사과문을 공식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벚꽃 개화 시기가 일정하지 않게 변하고, 해양 온도 변화로 인해 봄철 특산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날씨 변동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구에서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시기에 벚꽃이 개화하는 등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5일 이상 빠른 개화 시기가 기록됐다.
하지만 이후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해 개화가 지연되는 곳이 속출하면서 지자체들은 축제 일정 조정에 큰 혼란을 겪었다.
봄 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매년 축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들은 개화 예측을 기반으로 한 ‘유동적 축제 일정 운영’ 방식을 고려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점점 심화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일정 방식이 유효할지는 불확실하다. 앞으로 봄 축제는 더 이상 ‘정해진 날짜’에 맞추기보다, 기후 변화와 개화 시기를 면밀히 분석해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