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처럼 느릿하게
자연과 전통 속으로 들어가는
봄날의 산책

충청남도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에 봄이 활짝 피어나는 시기가 찾아왔다. 구산사 일원에 위치한 거북이마을에서는 오는 4월 4일부터 6일까지 ‘제3회 거북이마을 수선화 축제’가 열린다.
마을의 농경문화 자원을 활용해 기획된 이 축제는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울려 전통과 자연, 그리고 정겨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거북이마을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이곳 지형에서 유래한다. 마을의 전체 형세가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하여 예부터 구항, 구산, 귀목으로 불렸으며, 거북이 머리가 안쪽으로 향하고 있다 하여 ‘내현’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등껍질처럼 둥그런 형태의 보개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마을은 숲속에 다양한 이야기와 전설이 깃든 12개의 바위를 품고 있어 삼림욕과 숲 체험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마을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꽃길을 따라 산책하며, ‘거북이 마당놀이’와 ‘부보상 마당극’ 공연을 통해 잊혀가는 옛 전통의 흥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수선화 심기 체험’, ‘탈쓰기’, ‘민속놀이’ 등 체험 행사도 마련되어 있어 즐거움과 배움이 함께한다.

특히 올해 먹거리 장터에서는 처음으로 마을의 시그니처 상품인 ‘거북이 빵’과 ‘오가피 와인’이 선보인다.
이 외에도 지역 농산물과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들이 준비돼 있어 마을의 진한 맛과 멋을 체험할 수 있다.
거북이마을은 단순한 축제의 무대를 넘어, 교육적 가치가 뛰어난 농촌 체험의 현장이기도 하다.
2013년 농어촌인성학교로 지정된 이 마을은 체험, 가공, 생산,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인성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이 마을에는 담양전씨 종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보리고추장’을 비롯해 석천하유도, 전통상여, 약천초당 등 풍부한 역사 문화 자원이 보존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놀이를 통해 인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으며, 어른들에게도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수선화뿐 아니라 벚꽃도 만개할 가능성이 있어, 이른 봄의 자연 속에서 두 가지 꽃이 어우러진 진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봄을 누리고 싶다면, 거북이처럼 천천히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이곳 거북이마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정겨운 봄날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