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천 여행지

돌로 쌓은 성곽 옆으로 꽃이 피어 있다. 붉고 연분홍빛의 작약이 줄지어 고개를 들고, 바람이 스치면 둥근 꽃잎들이 조용히 흔들린다.
성벽 아래를 따라 길게 늘어선 꽃들은 묵직한 돌담과 어우러져 계절의 분위기를 더한다.
오래된 성곽에 기대 선 작약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 눈을 붙든다. 풍성한 꽃잎은 겹겹이 피어나며 무게감 있는 아름다움을 만든다. 그 차분한 빛깔이 거친 돌담과 나란히 놓였을 때, 풍경은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
청도읍성은 5월이면 그 돌담 아래로 꽃이 피고, 성을 따라 걷는 길은 자연스럽게 꽃길이 된다. 단정한 길 위로 계절이 겹치듯 내려앉고, 걷는 사람은 봄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오래된 성의 시간과 지금의 봄이 겹쳐지는 그 순간, 발걸음은 어느새 느려진다.
성을 보기 위해 왔다가, 꽃으로 기억하게 되는 이 풍경. 청도읍성의 5월은 그렇게 조용하게 다가온다.
청도읍성
“돌기만 해도 복이 온다?”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동상리에 위치한 청도읍성은 고려 시대부터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축성이다. 성의 형태는 평지성과 산성의 중간에 해당하는 평산성으로, 네모꼴 평면을 따라 둘레 약 2km, 높이 1.7m로 조성되어 있다.
자연석을 이용해 쌓은 협축벽 구조이며, 지방의 읍민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성곽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임진왜란을 거치며 동문, 서문, 북문이 소실됐고, 일제강점기에는 읍성 철거 정책에 따라 성벽과 문루가 대부분 사라졌다.
현재는 일부 성벽과 기저 구조만이 남아 있어 전체적인 원형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남겨진 자취가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예로부터 청도읍성을 한 바퀴 돌면 건강해지고, 두 바퀴 돌면 오래 살며, 세 바퀴를 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그만큼 지역민에게는 단순한 유적이 아닌, 삶과 염원이 깃든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5월, 이 성곽에 계절의 색을 더하는 건 작약꽃이다. 크고 둥근 꽃송이들이 성벽 아래 줄지어 피어나며, 풍경에 부드러운 결을 더한다.
작약은 핑크, 흰색, 연보라 등 다양한 색을 품고 있어 단조로운 돌담과 자연스럽게 대비를 이룬다.
성곽이 전하는 시간의 무게와 꽃이 전하는 계절의 온도가 나란히 공존하는 길. 그 조용한 조화가 청도읍성의 산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작약은 소란스럽지 않게 피어 있고, 풍경은 그저 걷기만 해도 충분하다.

청도읍성은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오래된 성터를 따라 꽃길이 이어지는 이 봄의 장면은 따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마음에 남는다.
조용히 걷고 싶을 때, 그리고 무겁지 않은 봄을 느끼고 싶을 때, 청도읍성은 좋은 선택이 된다.
청도읍성, 이렇게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