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 좌불상과 벚꽃
천안 각원사의 봄

봄바람이 따뜻해지면 마음은 자연스레 꽃을 찾아 나선다. 전국의 벚꽃 명소가 붐비는 4월, 조용한 휴식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천안 각원사만한 곳이 없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태조산 자락에 자리한 각원사는 사찰과 자연, 그리고 벚꽃이 어우러진 곳으로, 봄철이면 전국 곳곳에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1975년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창건된 각원사는 비교적 신생 사찰이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청동좌불상이 자리한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높이 15m, 둘레 30m에 이르는 이 좌불상은 온화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그 앞에 펼쳐진 벚꽃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장관을 이룬다.
특히 청동불상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왕벚꽃과 수양벚꽃, 겹벚꽃은 단순한 꽃놀이를 넘어 하나의 예술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각원사의 벚꽃은 일찍 피는 왕벚꽃을 시작으로, 4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양벚꽃과 겹벚꽃이 절정을 이룬다.
분홍빛이 겹겹이 쌓여 솜사탕처럼 피어난 겹벚꽃은 화려함 그 자체이며, 아래로 축 늘어진 수양벚꽃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청동불상 주변을 감싼다.

이 시기엔 ‘벚꽃엔딩’이라 불리는 시기마저 아쉬움이 들지 않을 만큼, 각원사는 여전히 봄의 한가운데에 있다.
사찰 곳곳을 둘러보면 대웅보전과 요사채 등 전통 건축물들이 벚꽃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벚꽃과 철쭉, 목련, 영산홍은 화려한 색의 향연을 만들어내며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한적한 산사의 분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벚꽃은 잠시 번잡한 일상을 잊게 하고, 부처님의 미소 아래 걷는 길은 어느새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가족, 연인, 친구와의 여행은 물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은 이곳은 봄마다 다시 찾고 싶은 사찰로 자리매김했다.
천안제12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각원사. 화려함과 평온함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올해 봄의 마지막 장면을 조용히 담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