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서 빛으로 물든 밤을 만나다

600년 역사를 품은 창경궁이 밤의 빛으로 물든다. 궁궐의 자연경관과 최첨단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야간 관람 프로그램 ‘창경궁 물빛연화’가 3월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지난해 궁중문화축전에서 처음 선보인 뒤 올해부터 정식 운영되며, 서울 도심에서 고즈넉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창경궁은 조선 시대 왕실의 생활 공간으로, 한때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변형되었던 역사를 지닌 궁궐이다.

대한제국 시기 일본의 침탈로 인해 궁의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고, 1983년부터 복원 작업이 시작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창경궁은 최근 더욱 새롭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궁궐을 조명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창경궁 물빛연화’는 창경궁 춘당지를 중심으로 총 8곳에서 빛과 영상이 어우러진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춘당지로 향하는 길에는 나무와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대화의 물길’이 펼쳐지고,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대온실 주변에서는 ‘조화의 빛’이 퍼진다.

백송나무 인근에서는 ‘백발의 빛’이, 춘당지 왼편 숲길에는 레이저로 빛의 터널을 연출한 ‘화평의 빛’이 조성된다.
이외에도 흐르는 물결을 형상화한 ‘홍화의 물빛’과 ‘영원한 궁’까지 총 6개의 주요 경관이 상시 연출된다.
특히 궁궐을 찾는 방문객이 많은 봄과 가을에는 미디어아트 영상을 상영한다. ‘물빛연화’(대춘당지)에서는 조선 시대 태평성대와 백성의 삶을 그려낸 ‘홍화에서 춘당까지’와 창경궁 단청과 문양을 재해석한 ‘창경궁 물빛연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물의 숨결’(소춘당지)에서는 궁궐에 깃든 희로애락의 기억을 물결과 빛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창경궁 물빛연화’는 별도의 예약 없이 창경궁 입장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창경궁 입장료는 별도로 부과된다. 더욱 자세한 정보는 국가유산진흥원 누리집(www.kh.or.kr)에서 확인하거나, 궁능 활용 프로그램 전화 상담실(☎ 1522-2295)로 문의하면 된다.
이번 행사는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덕수궁 밤의 석조전’과 함께 서울 4대 궁궐 야간 관람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의미를 갖는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고궁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