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추천 여행지

산을 따라 오르다 문득, 분홍빛으로 환해진 풍경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사찰을 감싸듯 피어난 벚꽃들이 하늘을 덮고, 그 아래로는 고즈넉한 지붕이 줄지어 있다.
경남 함양의 깊은 산중, 벽송사는 봄이면 겹벚꽃과 산벚꽃이 어우러져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겹겹이 핀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오래된 절의 처마 밑에는 연등이 조용히 흔들린다.
나무 한 그루만으로도 환한 장면이 완성되고, 그 곁에 사람이 서면 더없이 고요한 봄이 된다.
꽃이 시선을 끌지만, 그 꽃을 품고 있는 이 사찰의 깊이는 더 오래 머무르게 만든다.

겹벚꽃과 선종의 시간, 두 가지 풍경이 나란히 이어지는 곳. 바로, 벽송사다.
함양군 벽송사
“시끌한 꽃명소 질렸다면”

벽송사는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광점길 27-177에 자리한 사찰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로, 조선 중종 15년(1520)에 벽송 지엄대사가 중창한 뒤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창건 시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찰 뒤편에 있는 보물 제474호 3층석탑의 양식으로 미루어 신라 말 또는 고려 초로 추정된다.
사찰 경내는 단정하게 배치된 전각들 사이로 꽃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봄이면 겹벚꽃과 산벚꽃이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사진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원통전을 중심으로 한 전각 사이로 핀 분홍빛 꽃들은 사찰의 고요함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꽃 아래로 떨어진 햇살은 돌계단 위에 작은 무늬처럼 내려앉는다.

특히 연등이 걸린 마당 위로 겹벚꽃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색감은, 절집의 정갈한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 사찰은 조선 선종의 중요한 맥을 이은 도량으로도 알려져 있다. 벽계 정심, 벽송 지엄, 부용 영관 등 조선의 선맥을 이은 조사들이 이곳에서 수행했고, 그 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경내에는 방장선원과 간월루, 산신각 등 주요 당우 외에도,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된 ‘벽송사 목장승’과 같은 문화재도 남아 있다.
두 장승은 각각 ‘금호장군’과 ‘호법대장군’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사천왕의 역할을 대신해 잡귀를 막는 수문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찰은 전란의 상흔도 품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인민군의 야전병원으로 사용되며 화재로 소실되었고, 이후 중건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단아한 전각들과 꽃나무, 그리고 조용한 숲길이 어우러진 벽송사는 지금, 겹벚꽃과 산벚꽃이 피어난 봄의 기운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꽃은 피고 지지만, 그 자리를 지켜온 절의 시간은 묵묵히 이어진다. 벽송사는 그 시간이 꽃으로 표현되는 곳이다.
굿! 감사합니다.
그 아래에 서암정사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