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였던 관광 동네”… 빈 집 늘어가자 내린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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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문화마을
관광과 주민 상생의 길을 찾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감천문화마을은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터전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부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다.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배치된 집들과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은 이 마을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한때 낙후된 달동네로 남아 있던 이곳은 2011년 도시재생사업으로 벽화를 그리고 빈집을 공공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며 연간 266만 명(2024년 11월 기준)이 찾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국적인 풍경 덕에 ‘한국의 마추픽추’, ‘부산의 산토리니’라는 별명도 얻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관광객 수의 급증이 마을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과도한 관광객 방문으로 주민들은 극심한 오버 투어리즘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감천문화마을 주민은 1558명에 불과한데, 1인당 연간 방문객 비율은 1122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관광객이 남긴 소음, 쓰레기, 교통난은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했다.

실생활에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10년 3161명이던 주민은 2023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고령층만 남은 동네에는 빈 집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만 갔다.

주민과 관광객을 분리하지 못한 채 운영된 마을은 소모적인 갈등과 민원을 키웠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과 달리 정작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관광객 체류 시간 역시 짧아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56.9%)이 감천문화마을에서 1시간 미만 머무르고 사진만 찍은 뒤 떠났다.

체류 시간이 짧은 이유는 ‘즐길거리 부족’ 때문으로, 관광 매력도는 5점 만점에 4.14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즐길거리 점수는 3.8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 사하구는 감천문화마을 관광활성화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빈집 활용과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해법을 내놓았다.

현재 감천문화마을에는 약 88채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구는 이 중 일부를 매입해 체험형 숙박시설과 생활체험관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생활체험관은 1950~60년대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하며, 관광객들이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이와 함께 부산교육역사관, 감천작은박물관 등 인근의 문화공간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구는 체험형 숙박시설이나 마을형 호텔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더 깊이 감천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거지역과 관광지역을 분리해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빈집이 밀집한 골목은 관광 동선으로 개발하고,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관광객 출입을 제한할 예정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지역주민과 청년을 문화해설사로 고용하는 방안을 통해 지역사회와 관광객 간의 상생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사하구 관계자는 “관광객과 주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내년 1월부터 빈집 매입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관광자원 개발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천문화마을은 이제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주민들의 삶과 지역의 정체성을 함께 보존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변화가 과잉관광의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관광과 주거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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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민들 삶과 질을 엉망으로 만들고 개발이냐
    소방도로 700미터 하나도 6년이 지나도 못하고
    집들은 전부 오래되어 엉망인데 제대로 증축도 못한다
    부산싶사하구청 전부 담당자 처벌하라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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