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천 여행지
햇살이 부드러워지고 나뭇잎이 연두에서 짙은 초록으로 옮겨갈 무렵, 바다는 조금씩 푸른빛을 짙게 머금고 들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꽃과 바다와 숲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은 흔치 않다. 하지만 전라북도 부안군의 변산 마실길 2코스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산과 들, 바다를 아우르며 이어지는 길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특히 5월이 되면 이 길가에는 샤스타데이지가 피기 시작해 걷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얀 꽃잎과 노란 꽃술이 선명한 이 꽃들은 마치 바람에 실려 온 햇살처럼 길 위를 수놓는다.
오는 5월, 다양한 풍경을 품은 변산 마실길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변산 마실길 2코스
“샤스타데이지 피는 계절, 부안 변산 마실길 걸어보세요”
변산 마실길 2코스는 ‘노루목 상사화길’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철책 초소가 남아 있는 옛 길을 따라 시작되는 이 코스는 처음부터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닷바람이 솔잎 사이를 스치며 만들어내는 송림길의 향은 걷는 이의 걸음을 천천히 만든다.
이어지는 상사화 군락지에서는 여름이면 붉고 노란 상사화가 피어나지만, 그보다 앞선 계절에는 샤스타데이지가 먼저 얼굴을 내민다. 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이 꽃들은 군데군데 모여 길을 따라 자라며 환한 길을 만든다.
발밑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흙길과, 그 옆으로 펼쳐진 해안 풍경은 걷는 이에게 말없이 위로를 건넨다.
길은 고사포해수욕장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풍경을 펼쳐낸다. 금빛 모래가 부드럽게 발끝을 감싸고 그 너머로 잔잔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관광객의 발길이 적은 평일엔 이 해변이 마치 나만의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 길의 끝자락, 성천포구에 이르면 전해 내려오는 전설 하나가 이 풍경에 덧입혀진다.
옥녀가 머리를 감았다는 그곳에서 걷는 이들은 마치 이야기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변산 마실길 2코스는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길이다. 자연의 선명한 색과 냄새, 바람의 감촉과 땅의 온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천천히 걸을수록 더 많은 것을 남긴다.
꽃길은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길을 다시 걷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오고 누군가는 처음 만나는 풍경에 발을 멈춘다.
5월, 부안의 이 길에 꽃이 피면 떠나보자. 그 아름다움을 마주하러 가는 일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