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천 여행지

사방이 막힌 도시 속에서 점점 무뎌지는 감각은 어느 순간 작은 피로에도 과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고, 자연을 접할 기회는 줄어들면서 ‘쉰다’는 감각조차 잊은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다가오는 10월, 계절은 바뀌지만 익숙한 일상은 그대로일 때, 떠올려야 할 여행지가 있다.
높은 산세도, 시끄러운 인파도 없다. 그저 바위 위에 선 오래된 사찰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고요한 전망, 걷기 좋은 숲길이 있을 뿐이다.
목적지보다 여정 자체가 치유가 되는 곳, 특정 종교 없이도 누구나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명상형 여행지다. 붉은 단풍이 없어도 충분히 색이 있는 풍경, 그것만으로도 이 가을의 이유가 된다.

스트레스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인을 위한 이색 힐링명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보리암
“도심 소음 완전히 차단, 걷기·명상·조망 삼박자 구성”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보리암로 665에 위치한 ‘보리암’은 해발 약 600미터의 금산 정상부에 세워진 산사다.
통일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초막을 짓고 수행하던 곳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조선 초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올린 뒤 조선 건국을 이뤘다는 전승이 전해진다. 1660년경 현재의 이름인 보리암으로 바뀌었고, 이 사찰이 있는 산은 지금의 금산으로 명명됐다.
이곳이 ‘힐링명소’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서 있다. 금산 전역은 기암괴석 지형으로 형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보리암이 위치해 있다.
사찰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장봉, 화엄봉, 삼불암 등 독특한 이름을 지닌 바위들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고, 걷는 동안 남해 바다가 시야 끝까지 열려 있다. 걷다 멈추면 바위 위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바다와 가까운 느낌을 준다.

보리암의 전 구간은 강원도 낙산사, 인천 보문사와 함께 한국 3대 해상기도처로 꼽히며 실제로 해안에서 시작해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이 존재한다.
걷는 길은 조용하며 울창한 숲과 바다 전망이 번갈아 등장한다. 차량은 금산 8부 능선까지 진입할 수 있고, 이후부터는 도보 이동으로 바뀐다.
전 구간이 잘 정비된 등산로로, 가파르지 않고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어 고령자도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하다.
경내에는 원효대사가 좌선했다는 좌선대, 금산 38경 중 하나로 꼽히는 쌍홍문 등이 있으며 장소마다 불교 전설이나 수행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종교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곳은 누구나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대웅전 앞에 서서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복잡한 설명도, 체험 프로그램도 필요 없는 조용한 명상형 여행지로 기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침묵이다. 보리암의 대부분 구간은 차량 소리 없이 도보로만 이동하게 되어 있어 외부 자극이 거의 없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마음이 먼저 속도를 늦추고, 자연스럽게 시선은 나무와 바위, 바다로 향한다.
보리암은 하절기(5월~10월) 오전 4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11월~4월)는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 시 개인 기준 1,000원, 단체는 800원의 시설 이용료가 부과된다.
금산 8부 능선까지 차량 주차가 가능하며 마지막 구간은 도보 이동이 필수다. 바쁜 일상 속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걷고 숨을 고르고 싶다면, 이 힐링명소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