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천 여행지

이름은 낯설지만,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꽃이 있다. ‘금낭화’. 붉은빛을 띠며 아래로 늘어진 독특한 형태를 가진 이 꽃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은근한 시선을 끈다.
예로부터 ‘며느리주머니’, ‘등모란’이라 불리며 관상용으로 널리 심어졌고, 5월이면 특유의 색감과 모양으로 봄의 끝자락을 채운다. 주로 숲 가장자리나 계곡 근처에서 자라는 금낭화는 화려하진 않지만 곁에 두고 바라볼수록 매력이 깊어지는 꽃이다.
한편 이런 금낭화를 도심 속, 그것도 궁궐 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5월이 되면 서울 창덕궁 후원에는 금낭화가 피어나 계절의 흐름과 고궁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산책길을 완성한다.

고요하게 피어난 붉은빛 한 송이가 유난히 깊은 인상을 남기는 순간을 만끽해 보자.
금낭화 명소 ‘창덕궁’
“5월 창덕궁을 가야 하는 이유”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에 위치한 ‘창덕궁’은 1405년 조선 태종 때 창건된 궁궐로, 경복궁의 이궁이자 한동안 실질적인 법궁으로 사용되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후 1610년 광해군 대에 가장 먼저 중건되었고, 이후 약 270년간 역대 왕들이 머물며 나라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근대사에 이르러서는 순정효황후, 덕혜옹주 등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가족이 실제로 거주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창덕궁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은 후원이다.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옥류천 등으로 구성된 후원은 단순한 정원을 넘어 왕의 휴식처이자 정치·문화 활동의 배경이 된 장소다.

궁궐 내에서도 자연의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반영한 이 공간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 분위기 또한 섬세하게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5월이 되면 후원 내 일부 구간에서 금낭화를 만날 수 있어 계절꽃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이 돌고 있다.
유명한 꽃 명소는 아니지만, 꽃과 정원, 고궁의 시간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창덕궁은 2월부터 5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지만, 공휴일이 월요일일 경우에는 개방하고 그다음 평일에 쉰다.

관람 요금은 전각 관람 3,000원이며, 후원 관람은 대인 5,000원, 소인 2,500원이다. 후원을 관람하려면 전각 관람권도 함께 구매해야 하며, 매표소에서 시간대별로 관람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계절을 섬세하게 담아낸 왕실의 정원, 그리고 그 안에 피어난 붉은 금낭화. 이 조용한 봄의 순간을 창덕궁 후원에서 마주하는 건 지금이 아니면 다시 오기 어려운 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