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
안보•관광 연계 걷기 코스 조성

이제는 단순한 섬 여행이 아니다.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지도 끝에 위치한 백령도가 새로운 여정을 준비 중이다. 천혜의 자연 풍광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이 섬에 ‘안보’와 ‘기억’이라는 무게 있는 요소가 더해진다.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접경 지역이면서도 동시에 멸종위기 동물이 살아 숨 쉬는 생태 공간. 그리고 2010년 해군 초계함이 침몰했던 바다를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하나의 길이 놓일 예정이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천안함 사건의 해역 인근을 따라 조성되는 이 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현대사의 아픈 순간을 되새기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사자 46명의 희생을 기리는 테마 구간은 물론, 천연기념물과 생태 자원을 아우르는 코스로 구성된다. 육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이 그대로 살아 있는 섬, 그 안을 직접 걸으며 체험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인천 옹진군이 본격 착수한 ‘백령도 안보·관광 둘레길’ 조성 계획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경계와 생태가 공존하는 백령도, 둘레길로 잇는 프로젝트 본격화
“40km를 걷는다는 건, 이 섬을 통째로 경험한다는 뜻입니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산악 및 해안 일대에 위치한 백령도에 총연장 40km 규모의 걷기 길이 조성된다. 옹진군은 총사업비 121억 원을 투입해 2029년까지 ‘걷고 싶은 둘레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관광 인프라 확장을 넘어 안보와 역사, 자연을 하나의 루트로 연결하는 복합형 코스를 목표로 한다. 길의 일부 구간에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테마가 반영된다.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 백령도 남서쪽 2.5km 해상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중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고, 이 사건은 당시 국민적 충격과 군사적 긴장을 동시에 불러왔다.
옹진군은 둘레길을 통해 이 사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억의 공간을 관광 콘텐츠로 확장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조성 사업에는 백령도의 주요 자연 명소들도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천연기념물 제391호 ‘사곶해변’은 조개껍질이 부서져 형성된 독특한 지형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활주로 기능이 가능한 천연 모래사장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핵심 명소인 ‘두무진’은 기암절벽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어 ‘서해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북단에 위치한 물범 서식지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구역으로, 실제 물범이 관찰되는 국내 몇 안 되는 장소다.
둘레길이 이들 자원을 연결할 경우 단순한 경관 감상이 아닌 생태 체험과 교육적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옹진군은 2024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한다. 이 용역을 통해 둘레길의 구체적인 노선과 테마 구간, 전망대 및 안전시설 배치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양 안보 교육, 생태 관찰, 지질 탐방 등 주제별 체험형 프로그램도 병행 개발된다.
군 관계자는 “백령도의 안보·관광·역사 자원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방 현장을 국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형 관광지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백령도는 서울 기준으로 이동 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만큼 다른 어느 지역과도 다른 독특한 환경을 제공한다. 단절과 경계, 생태와 기억이 공존하는 이 섬을 걷는 경험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남긴다.
백령도의 길 위에 안보와 생태, 대한민국 현대사가 함께 새겨질 때, 이 길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설 것이다. 40km의 둘레길이 완성된 이후, 그 모든 것을 두 발로 체험하고 싶다면 백령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