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월 300만 원 수급자
그 비결은 무엇인가

“국민연금으로 매달 3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가능한 일인가?” 국민연금 제도 도입 37년 만에 처음으로 월 300만 원 이상을 수령하는 사례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금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도 높은 수령액을 이끌어낸 배경은 무엇일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노령연금(노후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 수급자 중 한 명이 월 300만 원을 초과 수령하기 시작했다.
이는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의 일이다. 해당 수급자가 높은 금액을 받게 된 비결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그는 제도 시행 초기에 가입해 30년 이상 장기 가입한 사람이다. 초기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납부한 보험료가 많을수록,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수령 금액이 커지는 구조였다.

당시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소득의 70%에 달했는데, 현재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둘째, 그는 ‘노령연금 연기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이 제도는 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 5년까지 연기하면 연간 7.2%씩 연금액이 증가하는 방식으로, 2007년에 도입됐다. 이번 사례의 수급자는 연기제도를 통해 수령액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국민연금 제도는 이후 급격한 고령화와 기금 고갈 우려로 큰 변화를 겪었다. 1998년 소득대체율은 60%로 낮아졌으며, 2008년부터는 매년 0.5%씩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2025년에는 소득대체율이 41.5%로 내려갈 예정이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월 수령액은 65만 4,471원(2024년 기준)으로, 초기 제도와는 차이가 크다. 이는 공무원연금(월 평균 248만 원) 등 특수직역연금과 비교할 때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노령연금 연기제도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수령 시기를 늦추는 대신 실제 수령 기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금 연기 여부를 결정할 때 건강 상태, 소득 상황, 예상 수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연금 없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고 장수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이 제도의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 간 수령액 격차는 여전히 크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53만 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노후 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월 300만 원 수급자 탄생은 국민연금의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었지만, 대부분의 수급자들에게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국민연금은 우리 사회의 안정망이다. 그러나 제도 개혁과 함께 각 개인이 자신의 노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