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설의 수도권 집중 현상 가속
최근 배우 최민식이 방송에 출연하여 한 소신 발언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민식은 영화 한편에 15000원이 된 물가를 지적하며, “(그 가격이면) OTT 서비스를 앉아서 여러 개 보지, 발품 팔아서 영화관 가겠느냐. 나라도 안 간다.”라며, 극장의 변화를 촉구하였다.
이와 같은 발언은 최근 ‘펀플레이션'(Fun+Inflation)’으로 문화컨텐츠 분야의 가격 상승에 지친 대중들에게까지 큰 공감을 얻었다.
극장 업계 역시 소비자들의 반응을 의식하여, 영화 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티켓값 할인에 나섰다. CGV에서는 8월 마지막 주 26일에서 29일 동안 2D 영화를 절반 가격으로 할인 하는 ‘컬처 위크’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펀플레이션'(Fun+Inflation)’으로 인한 이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공간의 제약성이다.
OTT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컨텐츠를 소비하기에 제약이 없지만,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찾아가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소비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만 밀집된 문화 시설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영화관은 총 612개로, 서울에는 98개, 경기도에는 158개의 영화관이 분포되어 있다.
전국 영화관이 수도권에만 41.83%가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인구 141만의 광주광역시의 영화관은 20개, 인구 109만의 울산광역시의 영화관은 고작 10개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영화관에만 있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2023년에 전국 박물관 913개 중 293개는 수도권에 분포하였으며, 미술관의 경우에는 286개 중 107개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었다.
수도권의 문화 집중 현상이 워낙 심하다 보니, 고령자들을 위한 ‘실버 영화관’조차도 수도권을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1년에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운영되었던 ‘그레이스 실버 영화관’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사태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에는 지방 도시들의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인해 실질적으로 문화를 소비할 수요 자체가 적다는 지적도 있어, 시설 확충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속화 되는 문화시설 편중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사업조사>에 따르면 2021년 출판, 만화, 음악,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등을 포함한 전국의 콘텐츠 사업 매출액은 총 137조 수준으로, 서울의 매출액만 85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의 약 62%에 준하는 비중이다. 경기권은 약 32조 가량의 매출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국내 콘텐츠 사업 매출액 85%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셈이다.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7개 시의 매출액을 전부 더한 비중은 10조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도권 외의 지역에 문화 인프라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에 따라 문화 산업에 종사하길 원하는 2030 세대의 젊은 인구 층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하여 지방을 이탈하는 현상이 더해져 문화 인프라의 수도권 편중과 지방 고령화 문제는 맞물리는 형태로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2030 세대 600여 명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 조사에서는 ‘내가 살고 싶은 지역 도시가 우선적으로 갖춰야하는 편의시설’로 영화관 공연장 등의 문화 시설이 67.8%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정부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하여 국립문화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대도시와 농촌 지역 간 문화생활관람률과 여가생활만족도를 2027년까지 5% 이내로 축소시키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