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대항마’ 지커, 한국 온다
고성능 SUV 7X 출시 유력
BYD에 이어 중국차 본격 공세

조용하던 전기차 시장에 또 하나의 강자가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저가형이 아니다. 유럽에서 ‘테슬라 대항마’로 떠오른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국내에 이미 상륙한 BYD에 이어, 고급화를 내세운 지커까지 가세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지형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말,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는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내 법인 등록을 완료했다. 공식 주소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이며, 자본금은 1억원이다.
이번 법인 설립은 단순한 유통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지커코리아는 자동차 수입 및 판매는 물론, 배터리와 관련 부품의 제조·가공·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사업 계획을 내걸었다.

법인 대표이사는 동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차오위가 맡았다. 국내에서는 김남호 전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이 사내이사로 등록돼 초기 시장 분석과 딜러사 선정 등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는 법인 설립과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17일, 국내 특허청에 자사 브랜드 로고와 함께 SUV ‘7X’의 상표 출원을 완료했다.
업계에서는 이 모델이 한국 시장에 투입될 첫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커 7X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8초 만에 도달하며, 1회 충전으로 543km(WLTP 기준)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SUV다. 최고 출력은 639마력에 달한다.
유럽 시장에서는 후륜구동 모델이 약 8천400만원, 사륜구동 모델이 약 1억원에 판매되고 있다. 단순한 ‘중국차’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 성능 중심의 고급 전략으로 접근하는 셈이다.

지커는 2021년, 지리자동차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사해 설립된 비교적 신생 브랜드다. 하지만 성장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2022년 7만여 대였던 연간 판매량은 2023년 11만 대를 넘어섰고, 올해는 22만 대를 돌파하며 3배 이상의 증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도 이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4억40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조달했다. 최근 3년간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IPO였다.

차종 역시 다양하다. 왜건형 ‘001’, 세단 ‘007’, 소형 SUV ‘X’, 중형 SUV ‘7X’까지 갖추며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전문가들은 지커의 등장이 단순한 ‘또 하나의 중국차’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지커의 진출은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 중국 전기차 산업 전체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탄일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 낯선 이름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전기차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