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매물 증가
성향 따라 엇갈리는 재구매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테슬라 차량의 중고차 매물이 급증하며 브랜드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테슬라의 재구매율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 내 경쟁 심화와 높은 가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스1 보도 및 미국 자동차 시장 분석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자동차 거래 플랫폼 ‘오토트레이더(Autotrader)’에 등록된 중고 테슬라 차량이 평균 1만1300대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평균 8800대보다 28%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신차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 매물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32%가 “테슬라를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으며, 이는 1년 전 같은 조사에서 27%였던 것보다 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테슬라를 기피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테슬라의 판매 실적은 각 지역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자동차 산업 분석 기관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네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세했던 ‘블루 스테이트’에서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재구매율이 65%로, 2023년 같은 기간의 72%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같은 기간 테슬라 재구매율이 48.2%를 기록해 2023년 4분기보다 0.6%포인트 증가했다.

CNN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를 지목했다. 머스크는 최근 미국 정치 및 정책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해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부각시키며 보수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테슬라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
퀴니피액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찬성 비율은 39%에 그쳤다.
이는 2022년 12월 같은 조사에서 머스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36%)과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35%)보다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 외에도 테슬라의 인기가 하락한 데에는 전기차 시장 내 경쟁 심화와 높은 가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1%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 2년 동안 각각 38%, 40%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변화다.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최근 몇 년 동안 신차 출시보다는 기존 모델 개량에 집중한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반면,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테슬라의 최상위 모델인 ‘사이버트럭’은 높은 가격과 제한적인 시장성으로 인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구매 정보 사이트 에드먼즈의 이반 드루리 인사이트 디렉터는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CEO의 정치적 성향보다는 가격, 성능, 실용성을 더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며 “테슬라의 중고차 매물이 증가하는 현상은 브랜드 이미지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특정 소비자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브랜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기차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만큼,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지 않는다면 성장 둔화는 계속될 수 있다.
테슬라가 머스크의 정치적 논란과 시장 내 치열한 경쟁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