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최저
내연기관차 급감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11년 만에 가장 큰 부진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 친환경차로의 전환 속에서 내연기관차의 급격한 감소를 친환경차가 메우지 못하면서 신차 등록 대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의 보도 및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149만8,33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만6,004대)보다 6.1%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총 등록 대수는 약 164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3년(154만3,565대)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등록 대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내연기관차의 급격한 하락세다. 특히 경유차의 외면이 두드러진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경유차 등록 대수는 11만7,93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7만4,252대) 대비 57.0% 급감했다.
휘발유차도 76만9,919대에서 62만7,835대로 18.5% 줄었다. 내연기관차의 감소량만 30만 대에 달한다.
반면 친환경차는 증가세를 보였으나 내연기관차의 감소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이브리드차 등록 대수는 올해 45만5,468대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5만3,637대) 대비 증가폭은 28.8%에 그쳤다.
전기차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14만9,857대에서 올해 13만8,921대로 7.3% 감소했다.
이처럼 친환경차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딘 이유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가격 부담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만든 것이다.
자동차 시장 침체의 또 다른 원인은 경기 부진과 고금리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차량 구매를 위한 할부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높은 가계부채가 추가 소비를 막는 장벽으로 작용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동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 협상에 따른 생산 차질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2015년 처음으로 180만 대를 넘은 이후 2020년 190만6,000대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며 2021년 173만5,000대, 2022년 168만4,000대, 올해는 164만 대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올해보다 1.3% 증가한 166만 대의 신차가 등록될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경기침체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들이 고금리 부담으로 신차 구입을 꺼리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차의 감소 속도를 친환경차가 얼마나 빠르게 메워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의 성장세와 함께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개선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뒷받침된다면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