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초저가 경쟁
기아 ‘비장의 무기’ 일찍 출시 되나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유럽 시장에서 초저가 전략으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는 새로운 초저가 브랜드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출범시키며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흔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기아 역시 소형 전기차 ‘EV2’의 조기 출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니오는 지난 22일 초저가 브랜드 파이어플라이를 공개하고, 중국 시장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유럽 시장에 첫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당초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한 뒤 중국에 진출하려 했으나, EU가 지난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20.7%의 상계관세를 확정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파이어플라이의 첫 모델은 중국에서 14만8000위안(약 2900만 원)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모델명과 세부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메르세데스-벤츠 ‘스마트 #1’과 BMW ‘미니 쿠퍼 SE’를 경쟁 상대로 삼고 있어 소형 SUV 형태로 제작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어플라이의 강점은 단연 가격이다. 고율 관세를 포함해도 유럽 판매 가격이 약 2만5000유로(약 3700만 원)로 책정돼, 스마트 #1(3만7000유로)과 미니 쿠퍼 SE(3만7000유로)보다 약 30% 저렴하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맞서 기아는 소형 전기 SUV ‘EV3’를 유럽 시장에 투입했다. EV3는 기아 광명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수출되고 있으며, 판매가는 3만6000유로(약 5400만 원)다.
하지만 내년부터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되면 EU 기본 관세(10%)가 사라져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파이어플라이와의 가격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기아는 EV3보다 작고 가격이 저렴한 ‘EV2’를 조기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 송호성 사장은 지난해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EV2를 2만5000파운드(약 3만 유로, 약 4500만 원)로 책정해 2026년 유럽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파이어플라이와 같은 초저가 모델과의 경쟁을 위해 이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중국의 BYD가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한 소형 해치백 ‘돌핀’과 SUV ‘아토3’를 유럽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돌핀의 판매가는 약 2만9000유로(약 4400만 원)로 파이어플라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BYD는 EU 내에서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 또한 내년 상반기 유럽 시장을 겨냥해 저가형 소형 해치백 ‘모델Q’를 출시한다.
모델Q는 테슬라 차량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인 3만7000달러(약 3만5000유로, 5300만 원)로 책정됐다. 유럽 내 소형 전기차 수요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델Q의 성공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중국, 미국, 한국 제조사들이 잇따라 유럽 시장에 소형 전기차를 출시하며 초저가 대전을 벌이고 있다.
니오의 파이어플라이부터 BYD와 테슬라까지 가세하면서 기아 역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EV2의 조기 출시 여부가 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