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기록 눈앞
글로벌 판매의 4분의 1 차지
현대차그룹이 올해 판매한 차량 4대 중 1대가 미국에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비중이 3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665만6,584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미국 시장 판매량은 154만8,333대에 달해 전체의 23.3%를 차지했다. 이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23%를 넘긴 기록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초반 반등에 성공, 2001년부터 2005년까지 20%대를 유지했다.
이후 한동안 10%대 중후반에 머물렀지만, 2021년 22.3%로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16년 만에 20%대를 회복했다. 이어 2022년 21.5%, 2023년 22.6%로 꾸준히 상승하더니 올해 23%를 돌파했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성과는 단순히 미국 시장에 집중한 결과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양적·질적 성장 덕분으로 분석된다.
2020년 미국에서 122만4,758대를 판매했던 현대차그룹은 이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1년 148만9,118대, 2022년 147만4,224대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65만2,821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11월까지 154만8,333대를 판매해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단순 계산으로는 168만9,000대, 많게는 170만 대에 이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호실적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판매량 3위를 지키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됐다.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3위를 차지했던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와 SUV 등 고가 차량의 강세를 통해 수익성도 높였다.
지난 11월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월간 기준 최고치인 23.1%를 기록했으며,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8,003대로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수익성에서 도요타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21조3,681억 원을 기록하며 폭스바겐그룹(19조3,557억 원)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미국은 정권 교체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중국, 러시아 등보다 불확실성이 작은 시장인 만큼 미국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은 수익 보장과 장기적인 연구개발 계획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분했다.
다만 그는”미국에서 점유율을 더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 다변화는 필요하다”면서 “인도, 동남아, 남미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키우면서 고급 차종 전환에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는 “중국이나 신흥국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강하고 러시아 시장은 막히다 보니 (현대차그룹이) 갈 수 있는 물량이 미국밖에 없었는데, 시장 환경에 잘 최적화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보여준 성장세는 단순한 기록 이상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