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반등에 업계 기대
정부 보조금·신차 효과가 한몫
캐즘 구간 끝났다는 분석도 나와

“전기차는 끝났다”는 비관론이 무색해졌다.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판매 감소로 정체기에 빠졌던 전기차 시장이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시적인 수요 둔화를 뜻하는 ‘캐즘(Chasm)’을 지나 본격적인 대중화 궤도에 진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보조금 조기 확정과 함께 ‘가성비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뉴스1 보도 및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만 3482대로 전년 동기(2만 5550대)보다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섰던 것과 비교하면, 반등의 폭이 상당히 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전기차만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는 40만 784대로 전년보다 11.3% 줄었다. 승용차 판매는 소폭 증가했지만 상용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며 전체 하락세를 이끌었다.
전기차는 연료별 증가율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휘발유 차량은 0.2% 감소했고, 디젤 차량은 27.7%, LPG 차량은 무려 75% 감소하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전기차는 31% 증가, 하이브리드 차량의 5.7% 증가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분기 6.4%에서 올해 8.4%로 2%포인트 증가했다.
판매 회복의 중심에는 ‘신차 효과’가 있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의 소형 SUV EV3(5065대)였고, 그 뒤를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2724대)이 이었다. 두 차종 모두 ‘가성비’를 앞세운 소형 전기차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돼 각각 누적 1만 대와 7000대 이상을 기록하며 단숨에 시장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뒤이어 아이오닉 5, 테슬라 모델 3, 포터, 모델 Y, EV6 등도 순위권에 올랐다.

신차 효과 외에도 정부의 빠른 보조금 확정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보조금 확정이 2월에야 이뤄졌지만, 올해는 1월에 발표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시기를 앞당겼다.
업계에서는 이 조기 집행이 전기차 시장에 빠르게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본다.
이번 반등을 두고, 업계에선 ‘전기차 캐즘’을 벗어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전기차 시장은 충전 인프라 부족, 가격 부담,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인해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됐다.
하지만 최근의 가성비 신차 출시와 보조금 제도 안정화는 소비자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 기아는 EV4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KGM 무쏘EV, 기아 PV5 등 목적기반 모빌리티(MPB) 전기차까지 더해지면서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중국 전기차 시장 1위 브랜드 비야디(BYD)의 아토3와 전기 세단 ‘씰(Seal)’도 국내 진입을 시작하며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전기차 대중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과연 이번 상승세가 단기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진짜 대세 전환의 신호탄이 될지, 향후 분기별 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