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마력의 하이브리드 왜건
3.8초 만에 시속 100km 돌파
다시 ‘고성능 왜건’ 불 지핀다

SUV 전성시대에도 ‘고성능 왜건’이라는 전통을 포기하지 않은 메르세데스-AMG가 또 하나의 야심작을 꺼내 들었다. ‘2026년형 AMG E53 하이브리드 왜건’이다.
세단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이식한 이 왜건은, 최대 출력 604마력이라는 숫자로 성능 마니아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라져가는 고성능 왜건 시장에 AMG가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특히 전통적인 내연기관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돌아온 이번 E53은 ‘성능과 실용성, 효율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품고 등장했다.
E53 하이브리드 왜건의 심장은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 엔진과 161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 그리고 21.2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다.

기본 출력은 577마력, 여기에 ‘레이스 스타트(Race Start)’ 모드를 활성화하면 최고 604마력까지 순간 출력이 상승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단 3.9초. 이는 직전 세대 V8 엔진을 탑재했던 E63 S와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출력은 한 마력 더 많지만, 가속력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무게 탓인지 약간 느리다.
레이스 스타트 모드가 포함된 AMG 다이내믹 플러스 패키지를 선택하면 최고 속도도 약 280km/h로 상향된다.
여기에 후륜 조향 시스템,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까지 기본 탑재돼 주행 안정성과 반응성도 놓치지 않았다.

E53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빠른 차만은 아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답게 전기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약 140km/h까지 전기모드로 달릴 수 있으며, 세단 기준 전기 주행 가능 거리는 약 67km로 알려졌다. 왜건은 차체 무게 때문에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9단 자동 변속기에 통합된 전기모터와 400볼트 전기 시스템은 부드러운 변속과 에너지 회생 제동에도 기여하며, DC 급속 충전은 최대 60kW까지 지원된다.
빠른 충전은 물론, 장거리 여행 중 짧은 휴식만으로도 실용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성능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트렁크 하부에 배터리가 탑재된 만큼 적재공간은 일반 E-클래스 왜건보다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왜건의 장점인 공간 활용성은 유효하다.
외관은 12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이 중 4종은 ‘마누팍투어(MANUFAKTUR)’ 전용이다. 20인치 5스포크 휠이 기본이며, 선택에 따라 21인치 AMG 단조 휠로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실내는 AMG MB-Tex 소재와 나파 가죽 조합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17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750W급 부메스터(Burmester)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 탑재된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MBUX 슈퍼스크린’은 조수석에도 별도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제공해 동승자의 편의성과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했다.

또한 ‘에디션 1’ 한정판은 알파인 그레이 컬러와 전용 AMG 그래픽, 21인치 휠, 그리고 특별한 인테리어 트림으로 구성돼 AMG 마니아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2023년을 끝으로 AMG의 V8 왜건 E63이 단종된 상황에서, E53 하이브리드 왜건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다. 비록 출력은 1마력 차이로 앞섰지만, 퍼포먼스 전체로 봤을 때는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하고 있다.
가격은 아직 미공개 상태지만, 세단 기준으로 8만 9천 달러에서 시작하며, 왜건 버전은 10만 달러(한화 약 1억 5천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왜건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포지션이다.
2026년형 AMG E53 하이브리드 왜건은 올해 말 미국 시장에 정식 출시된다. 빠르면서도 조용하고, 고급스럽고 효율적이며, 실용성까지 갖춘 이 왜건은 단순한 차량을 넘어 ‘하이브리드 시대의 AMG’를 정의하는 모델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