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논쟁
국산 전기차가 유리하다?

같은 전기차라도 보조금의 차이가 극명하다.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의 보조금 격차가 3배 이상 벌어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뜨겁다.
배경에는 단순한 국적이 아닌 ‘배터리 종류’라는 기술적 요인이 있지만, 이를 둘러싼 의견은 팽팽히 갈리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배터리 안전성 등 지급 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올해 국고 보조금은 최대 580만 원으로 책정됐고, 이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모델은 기아 EV6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도 최대 577만 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테슬라 모델 Y와 모델 3는 각각 169만 원과 183만 원에 그친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의 아토3는 200만 원으로, 국산 전기차와의 차이가 크다.
이 격차의 주된 이유는 배터리의 종류다. 국산 전기차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사용하는 반면, 테슬라와 비야디는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효율이 낮으면 보조금도 적게 책정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국산 전기차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국가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한 신산업 분야로, 보조금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력 강화의 핵심 도구”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유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EU는 저가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고 전기차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4만6,883대로 전년 대비 9.7% 감소했으며, 이는 2년 연속 하락세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입 전기차에도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보조금 차이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유럽연합의 관세 부과에 반발하며 유럽사법재판소(CJEU)에 제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호주의적 정책은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국내 제조업 보호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은 기술과 경제, 그리고 정책이 얽힌 복잡한 경쟁의 장이다. 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지만, 소비자 선택권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보조금 격차로 불거진 논란은 단순히 금액 차이 이상의 문제를 시사한다. 한국의 전기차 시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이 논쟁의 결론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