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천 여행지

700년을 넘게 버텨온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지금은 마을도, 사람도 모두 떠났지만 이 나무만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뿌리를 내릴 땅조차 잃었지만, 15미터 높이의 흙더미 위로 옮겨진 뒤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을이 되면 주변으로 단풍이 물들고, 노란 은행잎이 가지마다 무성해진다. 그러나 이 나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풍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둘레가 가장 굵은 은행나무’라는 점에 있다.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한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조선시대 장군의 후손들이 지금도 매년 제사를 올리는 이 나무는 단순한 보호수가 아닌 ‘공동체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10월 본격적인 단풍철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둘레가 가장 굵은 은행나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용계리 은행나무
“단풍철 전후로 관람객 몰리는 노거수 보호구역”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수곡용계로 493-24에 위치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지정된 노거수다. 수령은 700년 이상으로 추정되며 높이 약 47미터, 가슴높이 둘레 14미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다.
이 나무는 본래 용계초등학교 운동장에 있었지만,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그 자리에 흙을 15미터 쌓아 인공섬을 만든 뒤 수직으로 옮겨 심었다.
이 나무에는 조선시대 훈련대장이었던 탁순창이 은행나무 보호 계를 조직하고 매년 7월 친목을 도모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탁씨 후손들이 지금도 제를 지내며 나무를 보존하고 있다.
은행나무 자체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자산으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문화적 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한편, 용계리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다음으로 큰 나무로, 역사성과 생물학적 희귀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주변에는 단풍나무 등이 조성돼 있어 매년 가을이면 경관 명소로도 관심을 받는다. 나무는 인공섬 형태로 조성된 지형 위에 위치해 있으며 방문객은 도로변에 차를 세운 뒤 좁은 연결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접근성이 다소 제한되지만, 오히려 이러한 조건이 나무의 보호와 고요한 분위기 유지에 일조하고 있다.
용계리 은행나무는 연중무휴로 관람이 가능하며 입장료는 없다. 다만 지정 주차장이 없어 도보 및 교통편 이동이 필요하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곳. 다가올 10월, 대한민국에서 둘레가 가장 굵은 나무 아래에서 인간과 자연의 오래된 공존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