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추천 여행지

낮게 깔린 햇살이 수면 위를 가로지르면, 바다는 마치 유리판처럼 반짝인다. 그 위에 떠 있는 섬들은 고요히 자리를 지키며 바라보는 이의 숨까지 멈추게 한다.
짧지 않은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발씩 옮기다 보면, 바다와 섬, 산과 하늘이 겹쳐진 풍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자동차 창밖으로, 혹은 도보로 걸으며 마주하는 남해의 진경은 단순한 절경을 넘어 감정의 레이어를 더한다.
조용한 어촌의 삶과 바다 위 풍경이 동시에 펼쳐지는 이 해안길은 번화함 대신 차분함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길의 백미는 끝이 아닌 중간에 숨어 있다.

도착지보다 더 많은 것을 건네주는 여정의 미학이 살아 있는 여차~홍포 해안도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여차~홍포해안도로전망대
“해안 절벽과 섬이 동시에 보이는 드라이브 명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에 위치한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총길이 약 3.5km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거리 안에 남해의 압축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출발점인 여차 몽돌 해수욕장에서 시작해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이 도로는 한쪽은 해안 절벽, 다른 한쪽은 산의 능선을 따라 난다.
전체 노선 중 일부는 흙길로 이루어져 있어 차량 통행이 가능하긴 하나,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아 주행 시 주의가 필요하다.
오히려 이런 특성 때문에 도보 여행자나 자전거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 바다 냄새와 바람의 결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해안도로에서 가장 인상 깊은 풍경은 바다 위로 떠 있는 여덟 개의 섬들이 만들어낸 장면이다. 대병대도와 소병대도를 비롯해 대매물도, 소매물도, 어유도, 가왕도, 가익도, 국도까지, 크고 작은 무인도가 바다 위에 점처럼 흩어져 있다.
가까이서 보면 짙은 초록빛을 머금은 이 섬들은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푸른 수면 위에 유영하듯 떠 있는 듯한 환상을 선사한다. 이 장면은 도로 어디에서나 조망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은 단연 홍포 전망대다.
홍포 전망대는 여차마을과 망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 약 2.6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동쪽으로 천장산이 여차마을을 감싸고 있고, 남쪽으로는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육안으로도 일본 대마도가 보일 정도로 시야가 확 트인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병대도와 소병대도는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 포인트다.

해가 뜨는 장면과 지는 장면 모두 감상할 수 있어 하루 중 어느 때 방문하더라도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전망대에서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2.4km 더 나아가면 도착하는 홍포항은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바다가 항구를 감싸며, 새벽녘이면 고깃배들이 오가는 활기찬 어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 해안도로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1018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거제면, 동부면, 남부면을 지나며 서부 해안과 내륙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반면 14번 국도를 따라가면 장승포항, 구조라해수욕장, 학동흑진주몽돌해변, 해금강 입구 등 동부 해안을 따라 여차까지 이어진다. 각각의 경로는 전혀 다른 풍경을 제공하므로 드라이브의 묘미를 즐기기에도 좋다.

올가을, 남해 바닷길 위에 펼쳐진 비현실적 풍경 속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