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추천 여행지

가을 단풍을 찾는 여행지 중에는 조용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공간이 많지 않다. 대부분은 전형적인 산림이나 계곡 위주의 단풍지에 집중되어 있어, 매년 비슷한 경로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도권 인근에서도 불교문화와 국제적 조형물이 결합된 특색 있는 단풍지를 만날 수 있다. 단풍에만 집중된 여느 명소와 달리, 종교적 상징성과 문화적 콘텐츠가 공존하는 공간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혼잡도가 낮다.
특히 조형미가 강조된 건축물과 조각 작품 사이로 가을빛이 물들어갈 때, 흔한 단풍과는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이러한 복합적 경험이 가능한 명소가 서울 근교에 자리하고 있으며, 매년 가을이면 단풍과 함께 독특한 사찰 조경미를 선보인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불상이 어우러진 경내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교육과 관람의 기능도 겸한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방문하면 이색적인 가을 여행이 가능하다. 지금부터 이 시기에 가면 좋을 독특한 단풍 여행지, 와우정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와우정사
“10월 말부터 본격 물드는 단풍, 서울 근교 무료 개방 사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해곡로 25-15에 위치한 ‘와우정사’는 연화산의 48개 봉우리가 둘러싼 산중에 조성된 대한불교 열반종의 본산이다.
1970년 실향민 출신인 해월삼장법사(속명 김해근)가 설립한 이 사찰은 민족 화합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호국 사찰로 시작됐다.
일반적인 전통사찰과 달리, 이곳은 세계 불교문화를 집약해 다양한 국가의 불상을 수용하고 전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경내에는 총 3,000점 이상의 불상이 봉안되어 있으며 입구에 자리한 높이 8미터 대형 불두가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중턱에는 누워 있는 불상, 즉 와불이 조성되어 있다. 높이 3미터, 길이 12미터에 이르는 이 와불은 인도네시아산 향나무를 통째로 사용해 조각한 것으로, 동남아시아 불교 조각 기법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어 경내에는 황동으로 만든 장육오존불, 무게 12톤에 달하는 통일의 종, 청동 미륵반가사유상, 석조 약사여래불 등이 설치돼 불교 조형물의 집약체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특히 백옥과 청옥으로 조성된 불고행상은 세계 최대 규모로, 석가모니가 열반 전 겪은 수행의 고통을 형상화한 상징물이다.
그 앞에 위치한 돌탑은 실제로 세계 각국의 불교 성지에서 채취한 돌로 하나씩 쌓아 올린 것으로, 국제적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계만불전’은 와우정사의 핵심 공간으로, 인도·미얀마·태국·중국 등 각국에서 들여온 불상 3,000여 점이 조화를 이루며 전시돼 있다. 이 전시는 단순한 불상 수집이 아니라, 불교가 지향하는 조화와 공존의 철학을 구현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외에도 와우정사는 인도·스리랑카·미얀마에서 가져온 석가모니 진신사리, 파리어 대장경, 산스크리트어 장경을 함께 봉안한 ‘삼보’ 사찰로서의 상징성도 갖춘다.
이러한 국제적 요소들이 단풍이 드리운 배경 속에서 결합되면, 일반적인 가을 사찰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 풍경이 완성된다.
관람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차량을 이용할 경우 사찰 경내에 마련된 주차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사찰 특성상 실내 음식물 반입이나 소란스러운 행위는 제한된다.
단풍은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비교적 덜 알려진 사찰 단풍지로 조용한 가을 나들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대규모 군중이 몰리는 단풍 명소 대신 차분한 가을의 풍경을 마주하고 싶다면, 와우정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