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천 여행지

고요하고 느린 것들이 다시 주목받는 시대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멈춤’과 ‘성찰’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조용히 주목받고 있는 종교가 있다. 바로 ‘불교’다.
무교인 이들도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며 위로를 얻는다. 무엇보다 불교 특유의 폐쇄적이지 않은 태도, 있는 그대로를 품어주는 포용성이 요즘 세대에게 신선한 문화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열린 ‘불교박람회’에서도 그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MZ세대부터 시니어 세대까지 각기 다른 이유로 박람회를 찾았고, 불교의 열린 태도와 현대적인 해석은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며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장소가 있다. 단순한 옛길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마음의 숨을 고르게 해주는 길. 바로 충주의 ‘하늘재’다.

한때 수많은 발걸음이 오갔던 고갯길, 그 길 위를 승려들은 법문을 품고 넘었고, 도공들은 불꽃을 따라 걸었다. 하늘재는 한양과 동래를 잇는 육로의 중요한 축이었지만 빠르고 넓은 길들이 생겨나면서 어느새 지도의 그늘로 밀려났다.
하지만 요즘, 이 낡은 고갯길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단지 오래된 길이 아닌, ‘불교의 길’로. 시간을 넘어 순례의 의미를 품은 통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늘재는 단순히 옛사람들이 다녔던 길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한다.
고요한 산중을 걷다 보면, 과거와 미래, 종교와 문화의 흔적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단지 자연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된다.

조용히 주목받기 시작한 불교 전파의 길, 충주의 하늘재로 떠나보자.
하늘재
“여기 걷고 나서 마음이 이상하게 편해졌어요!”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를 잇는 ‘하늘재’는 해발 약 523~525m의 고갯길로, 백두대간의 첫 고개이자 역사적으로 중요한 교통로로 평가받는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 하늘재는 한양과 동래(현 부산)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 통로로 기능하며 수천 년간 사람과 문물의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이 길은 단순한 도보 이동로를 넘어, 한국 불교 전파의 상징적 경로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늘재라는 이름 자체가 이를 뒷받침한다.
문경의 ‘관음리’와 충주의 ‘미륵리’를 잇는 이 길은 불교에서 말하는 현세의 부처 ‘관음불’과 미래에 중생을 구제할 ‘미륵불’을 상징하는 지명을 연결한다.

이러한 점에서 학계 일각에서는 하늘재를 과거의 교통로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잇는 시공간적 순례의 통로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늘재 일대는 자연경관 또한 뛰어나다. 길 초입에서는 황장목, 떡갈나무, 해송 등이 어우러진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게 되며, 고갯마루에 이르기까지 진분홍 물봉선, 자줏빛 수리취, 노란 짚신나물 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계절에 따라 탐방객을 맞이한다.
특히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따라 고갯마루에 다다르면 문경 대미산(해발 1,115m)의 능선이 서쪽으로 펼쳐지며 시야가 트이는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한다.
하늘재 아래에는 중원미륵리사가 위치해 있다.

이 사찰터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13세기 몽고군의 침입으로 목조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석불입상(보물), 5층 석탑(보물), 석등(지방유형문화재), 3층 석탑(지방문화재) 등 귀중한 문화재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불교사적 가치가 높다.
중원미륵리사는 1977년과 1979년 청주대학교 박물관의 발굴을 통해 일연 스님이 거처했던 ‘미륵대원’이 있던 곳으로 밝혀지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충주시와 문경시는 2020년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2021년부터 하늘재 스토리텔링 발굴 사업과 걷기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하늘재 일대를 중심으로 불교문화 순례길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나 일본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처럼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정신적·문화적 순례지로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하늘재 순례길 조성에 있어 충주와 문경 양 도시의 협업뿐 아니라 불교계의 자문과 문화재 보존 노력, 그리고 지역 콘텐츠의 연계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충주의 수안보 온천, 국보 제6호 탑평리칠층석탑, 조선시대 수운 물류 중심지였던 목계나루, 국태민안을 기원하던 삼등산 등과의 연계는 하늘재를 중심으로 한 불교문화 형성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늘재 꼭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