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천 여행지

한 달에 단 일주일. 서울의 몇몇 공원은 오직 그 짧은 시간을 위해 1년 내내 준비를 한다.
그 시간은 바로 장미의 계절, 5월이다. 도시의 소음과 회색 빌딩 틈 사이에서도 장미는 피어난다. 콘크리트 숲 한복판, 형형색색의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순간. 그 풍경 앞에서 사람들은 잠시 말을 잃는다.
5월의 서울은 장미로 물든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꼭 가야 할 곳이 있다. 꽃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곳들이다.
한강 위 작은 섬에서 정수장이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선유도공원’. 그리고 외환위기의 상처 속에서 주민들과 함께 자라난 ‘중랑장미공원’.

두 곳은 단순한 장미 명소를 넘어, 시간과 공간이 남긴 흔적 위에 꽃을 피운 특별한 장소다.
장미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곳. 서울에서, 오직 5월에만 만날 수 있는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본다.
선유도공원
“폐정수장에서 친환경생태공원으로”

한강 중심부에 자리한 선유도는 원래는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던 작은 섬이었다. 옛날에는 예술가와 시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사라졌다.
1978년부터는 서울 서남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되며 산업 시설로 탈바꿈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00년까지 정수장으로 기능을 다한 뒤, 이곳은 2002년 4월 ‘친환경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수장의 거대한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 특히 5월이면 공원 곳곳에 피어난 장미가 시멘트 벽과 금속 구조물 사이에서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인공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풍경은 이곳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이며, 2·9호선 당산역에서는 도보로 약 15분이 소요된다.
버스로는 파랑 버스 602, 603, 604번 또는 초록 버스 5712, 5714, 6712, 6716, 7612번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는 장애인 차량만 가능하며, 보행상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탑승한 경우에 한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차량은 인근 양화 한강공원 3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중랑장미공원
“서울장미축제의 무대”

화려한 장미 터널이 끝없이 이어지는 중랑장미공원. 지금은 ‘서울에서 장미를 보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이 공간은 화려함보다는 묵묵한 시작을 품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졌던 시기. 그 어려운 시기에 실직자들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의 일환으로, 중랑천 제방 위에 장미가 심어지기 시작했다.
당시엔 단지 생계를 위한 일자리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장미는 제방 위에 뿌리를 내리고, 어느새 이곳의 주인이 되었다.
2005년에는 주민 제안으로 장미터널이 조성됐고, 반응이 좋자 터널이 더욱 길어지고 곳곳에 다양한 품종의 장미가 추가로 심어졌다. 사람들의 손과 정성이 이어져 오늘의 장미공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소는 서울시 중랑구 묵동 361-3. 지하철 7호선 중화역 3번에서 7번 출구 사이로 나와 도보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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