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한여름 사찰 여행은 단순히 오래된 전각을 둘러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7~8월이면 사찰 마당을 채운 수조에서 연꽃을 감상할 수 있고, 고찰 특유의 단청과 불교 건축까지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신라시대 창건된 천년 고찰이라는 역사에 조선 후기와 근현대사의 굵직한 장면까지 겹쳐 있어 이야깃거리도 풍부하다.
조선 말기에는 개화파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고, 20세기 초에는 우리말 연구를 위한 역사적인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사찰 내부에는 3,000분의 부처님을 모신 대형 전각과 정도전의 친필로 전해지는 현판, 18세기에 제작된 범종 등 눈여겨볼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이었던 만봉스님의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사찰 관람을 마친 뒤에는 무장애 데크길과 메타세쿼이아 숲길까지 연결할 수 있어 여름 산책 코스를 구성하기도 좋다.

도심 가까이에서 연꽃과 천년 고찰, 숲길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8월 사찰 여행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봉원사
“연꽃만 보고 돌아서면 아깝다… 3,000분 부처님부터 메타세쿼이아 숲길까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봉원동 안산 자락에 자리한 봉원사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총본산이다.
현재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 산1로, 신촌과 이화여자대학교 후문에서 멀지 않은 도심에 자리하면서도 산자락의 자연환경과 천년 고찰의 역사를 함께 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봉원사의 역사는 신라 진성여왕 3년인 8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선국사가 현재의 연세대학교 일대에 ‘반야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웠다고 전해지며, 조선 영조 24년인 1748년 지금의 안산 자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영조가 ‘봉원사’라는 이름을 내리고 현판을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조가 내린 현판은 6·25전쟁 당시 소실됐지만 사찰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현판이 남아 있다. 명부전에 걸린 ‘명부전(冥府殿)’ 현판으로,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활동한 정도전이 직접 쓴 글씨로 전해진다. 사찰의 오랜 역사를 건축물뿐 아니라 글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봉원사를 찾았다면 규모부터 시선을 끄는 삼천불전도 놓치기 어렵다. 봉원사에서 가장 큰 전각으로 내부에는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3,000분의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전각을 채운 수많은 불상은 일반적인 사찰 전각과는 또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전각 곳곳을 장식한 단청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이었던 만봉스님이 평생 이곳에 머물며 사찰 곳곳에 단청 작품을 남겼다. 여기에 18세기 중반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짙은 검은색의 육중한 봉원사 범종은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사찰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더한다.
봉원사의 역사는 불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선 말기에는 개화파 인사인 김옥균과 박영효 등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이동인 스님이 머물면서 개화 사상이 싹튼 공간 가운데 하나가 됐다.
1908년에는 주시경 선생을 중심으로 국어연구학회 창립총회가 열린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사찰 하나를 둘러보면서 불교사와 개화기, 한글 연구의 흔적까지 함께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전통 불교문화 역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년 현충일인 6월 6일을 전후해 전통 불교 의식인 영산재가 봉행된다. 영산재는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여름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더해진다. 봉원사에서는 매년 7~8월 서울 연꽃축제가 열리며 사찰 마당 곳곳에 마련된 수조에서 다양한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연꽃과 전통 전각, 화려한 단청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풍경 덕분에 여름철 사진 촬영과 사찰 산책을 함께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괜찮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또는 이대역에서 서대문03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종점인 봉원사 주차장까지 이동할 수 있다.

사찰만 둘러보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뒤편으로 이어지는 안산 자락길을 함께 걸어보는 방법도 있다. 무장애 데크길이 조성돼 있으며 메타세쿼이아 숲길까지 연계하면 천년 고찰에서 시작해 숲으로 이어지는 산책 동선을 만들 수 있다.
화려한 연꽃만을 목적으로 찾기에는 이곳에 쌓인 이야기가 너무 많다. 889년 시작된 사찰의 역사부터 정도전의 글씨, 3,000분의 부처님, 개화파와 한글 연구의 흔적, 안산 숲길까지 한 번에 이어진다.
이번 8월, 멀리 떠나기 부담스럽다면 천년의 역사와 여름꽃, 숲길을 함께 품은 봉원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