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천 여행지

9월의 공원은 한여름과 분위기가 다르다. 짙어진 녹음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뜨거웠던 한낮의 기세가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걷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런데 단순히 나무와 잔디를 보기 위해 찾는 공원이라면 굳이 이곳까지 갈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곳에는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실제 정수장으로 사용됐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낡은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새 공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정수지와 약품침전지, 송수 펌프실, 농축조와 조정조 등을 새로운 공간으로 바꿨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수지의 상판을 걷어내고 남긴 기둥에는 담쟁이덩굴이 자라고, 물을 처리하던 시설에는 수생식물이 자리 잡았다. 한때 도시의 수돗물을 책임졌던 산업시설이 지금은 자연과 도시재생의 과정을 보여주는 산책 공간이 된 셈이다.
여기에 강을 건너 들어가는 보행교와 도심 조망까지 더해져 공원에 들어서는 과정부터 하나의 산책 코스가 된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연중무휴로 개방되고 입장료도 없어 선선해지는 9월 저녁을 활용하기에도 좋다.

철거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특별해진 무료 도시재생 생태공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선유도공원
“여기가 정말 정수장이었다고? 22년간 물 만들던 시설을 버리지 않고 되살린 무료 이색공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강 중심부에 자리한 선유도공원은 섬 형태로 조성된 친환경 생태공원이다. 지금은 나무와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시민 휴식공간이지만 현재의 모습이 완성되기까지 장소의 기능은 여러 차례 크게 달라졌다.
본래 선유도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예술가와 묵객시인들이 찾던 장소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본래의 봉우리 지형이 사라졌고 이후에는 도시 기반시설이라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게 됐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이곳에서는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이 운영됐다. 다시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02년 4월이다. 운영을 마친 정수장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재생하면서 현재의 선유도공원이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존 정수시설을 모두 철거한 뒤 빈 땅에 공원을 새로 조성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정수장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해 산업시설과 자연이 한 공간에 공존하도록 설계했다. 선유도공원이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재생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녹색기둥의 정원이다. 과거 정수지로 사용했던 시설의 콘크리트 상판을 제거하고 기둥을 남겨 정원으로 만들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오래된 콘크리트 기둥에는 담쟁이덩굴이 자란다. 인공적인 산업시설의 직선과 식물의 형태가 대비를 이루면서 일반적인 공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 만들어진다. 사진 촬영 명소로 알려진 것도 이러한 공간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과거 약품침전지였던 공간은 수질정화원으로 변했다.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으며 식물을 활용해 물이 정화되는 과정도 관찰할 수 있다. 사람이 사용할 물을 처리했던 시설이 이제 자연의 물 정화 원리를 보여주는 생태공간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옛 송수 펌프실도 철거하지 않았다. 현재는 이야기관으로 활용되며 선유도와 한강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공간 역할을 한다. 공원을 산책하다 이곳을 함께 둘러보면 현재의 풍경뿐 아니라 공간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농축조와 조정조를 활용한 네 개의 원형공간도 남아 있다. 현재 환경놀이마당과 원형극장, 환경교실, 화장실 등으로 구성돼 시민을 위한 문화·편의공간으로 사용된다. 용도가 끝난 산업시설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다는 공원의 재생 원칙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도 여행의 일부다. 선유교는 한강 남쪽과 공원을 연결하는 보행교로 프랑스 2000년 위원회와 서울시가 새천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공동 조성했다.
다리 위에서는 한강과 서울 도심 풍경을 함께 조망할 수 있어 공원 내부와 연결해 걷기 좋다.

9월에는 여름 동안 짙어진 녹음과 한강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운영 시간이 길어 한낮을 피해 늦은 시간 산책을 계획하기에도 유용하다. 공원은 연중무휴이며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개방된다. 입장료도 따로 받지 않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별도의 주차 공간은 마련돼 있지 않다. 차량보다는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활용해 접근하는 편이 적합하다. 공원 내부에는 화장실이 마련돼 있으며 이용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선유도공원 관리사무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을 제대로 보는 방법은 오래된 콘크리트 시설을 단순한 배경으로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녹색기둥의 정원부터 수질정화원, 이야기관, 네 개의 원형공간까지 따라가다 보면 한때 물을 처리했던 정수장의 기능이 현재 공원의 구조 속에 어떻게 남았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없애고 새로 만드는 대신 남겨두고 다시 쓰는 방식을 택했기에 다른 생태공원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도 생겼다.
이번 9월, 선선해지는 저녁 한강을 걷고 싶다면 22년간 정수장으로 사용됐던 흔적과 녹음이 함께 남아 있는 선유도공원을 천천히 걸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