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도심 한복판에서 산업시설의 흔적과 울창한 녹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공간은 흔치 않다. 한때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시설이었던 장소가 기존 구조물을 허물지 않고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콘크리트 정수지에서 상판을 걷어내고 기둥만 남긴 자리에는 담쟁이덩굴이 자라고, 약품침전지는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공간으로 바뀌었다.
공간의 과거를 지워버리는 대신 오래된 산업시설 위로 자연을 끌어들였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다. 8월이면 콘크리트 구조물과 짙어진 녹음이 대비를 이루며 일반적인 도심 공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을 만든다. 여기에 보행교를 건너면서 한강과 도심 전경까지 바라볼 수 있어 산책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된다.
입장료도 없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한낮을 피해 저녁 산책을 계획하기에도 비교적 여유롭다. 공원 안에서는 과거 정수시설의 흔적부터 생태 공간과 한강 전망까지 차례로 만날 수 있다.

한때 물을 정화하던 산업시설이 시민들의 무료 휴식처로 완전히 달라진 8월 이색 산책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선유도공원
“여기가 진짜 정수장이었다고?” 버리지 않고 공원으로 바꿔 자정까지 무료로 여는 이색명소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강 중심부에 자리한 선유도공원은 섬 형태로 조성된 친환경 생태공원이다.
지금은 나무와 수생식물 사이를 걷는 시민 휴식공간이지만 현재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차례 큰 변화가 있었다.
본래 선유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예술가와 묵객시인들의 사랑을 받던 장소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원래의 봉우리 지형이 사라졌으며 이후에는 도시 기반시설이라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게 됐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이곳에는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장이 운영됐다. 변화가 다시 찾아온 것은 2002년 4월이다. 정수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생태공원으로 재생하면서 지금의 선유도공원이 탄생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존 정수시설을 모두 철거한 뒤 새 공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시설의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해 자연과 산업시설이 공존하도록 설계했다. 이 때문에 선유도공원은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재생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녹색기둥의 정원이다. 과거 정수지로 사용하던 시설에서 콘크리트 상판을 제거하고 기둥만 남겨 정원으로 만들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기둥을 담쟁이덩굴이 뒤덮으면서 폐산업시설 특유의 구조와 식물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사진 촬영 명소로 알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롭게 만든 조형물로는 쉽게 연출하기 어려운 오래된 콘크리트 기둥과 자연 식생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며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산책하기에도 좋다.

과거 약품침전지는 수질정화원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으며 식물을 활용한 물 정화 과정도 관찰할 수 있다.
과거 사람이 사용할 물을 처리하던 시설이 자연정화 시스템을 보여주는 생태공간으로 변했다는 점에서 장소의 역사가 현재 기능으로 이어진다.
옛 송수 펌프실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이야기관으로 활용되며 선유도와 한강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공간 역할을 한다. 산책 중 이곳을 둘러보면 공원의 풍경뿐 아니라 공간이 변화해온 과정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다.
농축조와 조정조를 활용한 네 개의 원형공간도 남아 있다. 현재 환경놀이마당과 원형극장, 환경교실, 화장실 등으로 구성돼 시민들을 위한 문화·편의공간으로 사용된다. 쓸모를 다한 산업시설을 철거하기보다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는 공원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한강 풍경을 놓칠 수 없다. 선유교는 한강 남쪽과 공원을 연결하는 보행교로 프랑스 2000년 위원회와 서울시가 새천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공동 조성했다.
다리 위에서는 한강과 서울 도심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공원 내부와 함께 주요 산책 코스로 꼽힌다.
8월에는 짙어진 녹음과 한강 풍경을 함께 즐기기 좋다. 특히 운영시간이 길다는 점을 활용할 만하다. 선유도공원은 연중무휴이며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 역시 무료다.
공원 내부에는 화장실이 마련돼 있지만 별도의 주차 공간은 없다. 따라서 차량보다는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해 접근하는 편이 적합하다. 이용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선유도공원 관리사무소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한때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장이 이제는 담쟁이덩굴이 콘크리트 기둥을 감싸고 수생식물이 자라는 생태공원이 됐다. 산업시설의 흔적을 없애지 않았기에 오히려 다른 공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남았다.
이번 8월, 한낮의 더위를 피해 한강 바람을 맞으며 과거 정수장의 흔적과 녹음이 공존하는 무료 생태공원을 천천히 걸어보자.















정수장이 이렇게 멋진 공원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강변 풍경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정말 특별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