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묘일까”… 고즈넉해 걷기 좋은 왕릉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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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추천 여행지
전사벌왕릉의 수수께끼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상주시 ‘전사벌왕릉’)

사벌국의 왕릉이라 불리는 무덤이 상주에 있다. 정사에는 기록이 남지 않아 주인을 단정할 수 없지만 전승은 한 왕자의 이름을 붙잡고 있다. 자립왕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고, 패망의 끝이 이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무덤 앞에는 삼층석탑이 서 있다. 왕릉을 지키는 듯한 자리에 신도비가 놓여 있다.

안내문에는 석물이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 적혀 있고 신도비의 건립 연도는 명확하다. 능역이 확장되고 주변이 정비된 시점도 행정 기록 속에 남아 있다.

확실하지 않은 주인 신분이 오히려 관람객의 시선을 묘역 구석구석으로 이끈다. 왕자의 이름이 지명과 겹치고, 지방세력이 스스로 왕이라 칭했던 흔적이 공간의 배치 속에 스며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상주시 ‘전사벌왕릉’)

무더운 8월, 단정할 수 없는 역사와 구체적인 흔적을 함께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전승과 기록, 그 사이의 간격을 따라가며 전사벌왕릉을 살펴보자.

전사벌왕릉

“삼층석탑에서 신도비까지, 전승과 기록을 한 걸음씩!”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상주시 ‘전사벌왕릉’)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국면 화달리 산45에 위치한 ‘전사벌왕릉’은 상주 화달리 삼층석탑의 동북쪽에 자리한 무덤이다. 일대에서는 왕릉으로 전해지지만 정사에 명확한 기록이 없어 피장자를 확정하기 어렵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상주군읍지의 기술을 바탕으로 신라 54대 경명왕의 다섯째 아들 박언창의 묘로 추정한다. 박언창은 사벌주의 대군으로 책봉된 인물로 전해진다.

이후 이 지역을 사벌국이라 칭하고 자립왕으로서 11년간 다스렸다는 전승이 있다. 견훤의 침공으로 세력이 무너진 뒤 이곳에 묻혔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확정적 사실로 단정하기보다 문헌과 전승의 층위를 감안해 현장을 읽어야 한다.

묘역의 배치는 비교적 분명하다. 삼층석탑 옆에 왕릉에 속한 신도비가 서 있고, 석탑 서북쪽에는 상산 박씨 문중에서 세운 재실이 있다. 능 앞에 놓인 석물은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는 점이 안내로 확인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상주시 ‘전사벌왕릉’)

신도비는 1954년에 건립되었다. 상주시는 1981년 12월 능역을 확장하고 왕릉과 영사각 등 주변을 보수 정화했다.

현장에서 보이는 시설의 연대가 서로 다른 이유는 바로 이 정비 이력에 있다. 삼층석탑의 보물 지정으로 대표되는 문화재 구역과 왕릉 전승을 이어온 공간이 맞물려 구체적 관람 동선을 만든다.

여름 방문에서 확인할 지점은 전승의 핵심과 현장 요소의 대응 관계다. 왕릉으로 불리는 무덤, 곁을 지키는 삼층석탑, 이후 시기에 세워진 신도비와 문중 재실, 행정에 의해 정비된 능역의 경계까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누구의 묘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관람의 초점이 아니라 관찰의 출발점이 된다. 문헌이 가리키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실제 배치와 표식의 연대를 차근히 대조하면 현장의 맥락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상주시 ‘전사벌왕릉’)

전사벌왕릉의 관람은 이야기의 순서를 따라가는 방식이 적합하다. 먼저 삼층석탑의 위치와 형태를 확인하고, 신도비의 건립 연대와 비문 성격을 살핀 뒤, 재실과 능 앞 석물의 성격을 비교하면 이해가 빨라진다.

마지막으로 능역 확장과 보수 정화의 연도를 떠올리면 현장의 시간 차이를 정리할 수 있다. 무덤의 주인에 대한 단정은 유보하되, 사벌국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과 지역의 기억이 어떤 구조로 현장에 남았는지에 주목하면 된다.

이번 8월, 전승과 기록이 교차하는 묘역에서 사벌국의 흔적을 차분히 더듬어 보러 전사벌왕릉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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