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잎 사이 걷는
유럽 감성 산책

3월 말,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에 위치한 청라언덕이 순백의 목련꽃으로 물들며 봄의 절정을 알리고 있다.
봄바람이 부는 언덕 위, 하얀 꽃잎이 수북이 내려앉은 골목길은 어느새 유럽 골목길을 연상케 한다.
이국적인 붉은 벽돌의 선교사 주택 사이로 피어난 목련은 짧은 순간 피어나는 봄의 정취를 절묘하게 담아낸다.

청라언덕은 원래 미국 선교사들이 대구에 정착하며 조성한 마을로,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 스윗즈 주택 등 100년이 넘은 근대 문화유산이 고즈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담쟁이덩굴이 덮인 붉은 벽돌집과 서양풍 정원, 그리고 대구제일교회로 이어지는 언덕길은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봄이 되면 이곳은 목련의 향연으로 변모한다. 가지마다 목련이 수북하게 피어올라 파란 하늘과 대비되며 장관을 이루고, 은은한 향이 언덕 전체를 감싼다.
제일교회 건물을 배경으로 한 메인 포토존은 많은 이들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최근엔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 속 장면이 촬영된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청라언덕의 목련은 이미 만개 상태로, 일부 꽃잎이 떨어지고 갈변이 시작된 만큼 남은 감상의 기회는 많지 않다.
조만간 봄비가 한차례 지나고 나면 목련꽃잎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번 주말까지가 절정의 마지막 시기다.
하지만 목련 외에도 청라언덕에는 자목련, 벚꽃, 살구꽃, 개나리 등 다양한 봄꽃이 군데군데 피어나고 있어 늦은 방문객들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한적한 시간대에 찾으면 담벼락에 기대어 책을 읽거나,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아름다운 봄의 색을 간직한 청라언덕은 지금 이 순간, 대구에서 가장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산책길이다.
잎새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꽃잎을 밟으며 걷는 이 길 위에서, 봄날의 가장 순수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꽃잎이 흩날리는 청라언덕,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
봄의 교향악이 울러퍼지는
청라언덕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꽂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