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성산이 아냐”… 한번 가면 또 가게 되는 ‘자연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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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시니어 여행지
석가모니 진신사리 모신 성지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오대산 적멸보궁 가는 길)

한반도에는 산세가 빼어난 명산이 많다. 그러나 산 전체가 성스럽게 여겨지는 곳은 해발 1,563m의 ‘오대산’이 유일하다.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강원도 평창군, 홍천군, 강릉시에 걸쳐 있는 오대산은 불교에서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진다.

이는 산 중심부의 높은 봉우리에 자리한 적멸보궁(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에서 기인한 것이다.

‘적멸’이란 욕망과 번뇌가 소멸된 고요한 경지를 뜻한다. 신라 시대 자장율사(590∼658)가 봉안한 석가의 사리에 참배하기 위해 수많은 불자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단풍 들기 시작한 중대사자암)

그러나 대단히 화려한 경관을 생각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다. 나지막한 봉분과 비석, 작은 법당의 조촐한 풍경이 적멸보궁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멸보궁에 담긴 뜻은 결코 조촐하지 않다. 중대 사자암의 주지 해여 스님은 적멸보궁의 뜻을 ‘열린 마음과 이타심’이라고 해석하며 그 가치를 전하고 있다.

오대산이 성산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이곳은 물, 불, 바람의 재앙을 막는 명당으로 여겨져 조선 시대 실록, 왕실 족보, 의궤와 같은 국가기록물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였다.

오대산 사고에 보관 중이던 역사서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약탈당했다가 2006년 일부가 한국으로 환수되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월정사 입구 한강시원지 체험관에 재현된 우통수)

되찾은 것들은 새로 건립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 내년 전시될 예정이다. 빼앗겼던 유산이 약 110년 만에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또 오대산은 한강의 시원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오대산 서대 아래 있는 수정암 옆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로 여겼다.

우통수는 오대산 계곡인 오대천으로 흘러 월정사 입구에 자리한 금강연으로 모인다. 이곳의 물은 빛깔과 맛이 남다르다고 전해진다.

세종실록지리지는 “한강 물이 비록 여러 곳의 물을 받으나, 우통수를 중심으로 빛과 맛이 변하지 않아 중국의 양자강과 같으니 한(漢)이라는 이름이 이로 인하여 생겼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월정사 남대 지장암 운해)

비록 지난 1987년 국립지리원이 강원도 태백의 검룡소를 한강의 최장 발원지로 공식 확인했지만, 오대산은 여전히 한강의 정신적 시원지로서 신성시되고 있다.

‘오대'(五臺)라는 이름은 다섯 봉우리가 연꽃처럼 펼쳐졌다는 데서 유래했다.

중대를 중심으로 동대, 서대, 남대, 북대가 사방에 있다. 또 적멸보궁이 있는 중대 사자암을 관음암, 수정암, 지장암, 미륵암이 둘러싸고 있다.

특히 상왕봉 중턱에 있는 북대 미륵암에는 적멸보궁을 향해 참배할 수 있는 나옹대가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오대산 사고)

고려 말의 명승이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선사는 중국 원나라에 유학한 후 북대에 머물며 수행했다.

이 산을 하루에 모두 둘러보기는 쉽지 않지만 암자 가까이 차를 타고 오를 수 있어 여유를 가지고 탐방한다면 오대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대산의 최고봉은 비로봉으로, 적멸보궁에서 1.5㎞ 더 오르면 도착할 수 있다.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노인봉 등도 주요 봉우리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오대산)

등산객들은 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 코스를 주로 찾지만, 상원사-비로봉-상왕봉-북대사-상원사 코스, 동피골-동대산 코스, 소금강-노인봉-진고개 코스 등도 인기가 많다.

이곳에서는 자연을 넘어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이번 11월, 중후한 능선을 따라 산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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