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천 여행지

사찰이라고 하면 오래된 전각과 석탑, 산길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은 시작부터 다르다. 일제강점기에 석회를 캐던 광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불교의 기도 공간으로 활용했다.
과거 총길이가 20km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석회광산 동굴 일부에는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광산 개발 과정에서 형성된 거대한 암벽과 좁은 협곡도 그대로 남아 일반적인 산사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을 만든다.
폐광이라는 산업의 흔적이 법당과 관광자원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공간 자체의 변천 과정도 흥미롭다. 동굴과 절벽뿐 아니라 대웅전과 불상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자연경관만 감상하는 여행지와도 성격이 다르다.

입장료와 주차비가 없어 9월 사찰여행 코스로도 부담이 적다. 폐광의 흔적과 불교문화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이색 사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반야사
“폐광 안에 법당을 만들었다고?” 20km 석회광산의 흔적과 기암절벽을 무료로 만나는 이색 사찰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삼전길 104, 천태산 자락에 자리한 반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다. 다른 사찰과 구별되는 핵심은 일제강점기 석회광산으로 사용됐던 폐광을 사찰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과거 석회 채굴이 이뤄졌던 동굴의 총길이는 20km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그 일부를 동굴법당으로 조성했으며 내부에는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상이 봉안돼 있다.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은 수많은 손과 눈으로 중생을 살피고 돕는다는 의미를 지닌 불교의 대표적인 관음 신앙 대상이다.
동굴 내부는 한여름에도 차가운 공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불교 신자에게는 기도 공간으로, 일반 방문객에게는 기존 사찰에서 접하기 어려운 동굴 공간을 경험하는 이색 관람지로 관심을 얻고 있다.

동굴 밖으로 나오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과거 광산을 개발하면서 깎인 거대한 암벽과 협곡이 사찰 주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절벽 사이로 난 공간과 바위 벽면이 독특한 배경을 만들면서 사진 촬영 명소로도 알려졌다.
다만 포토존 주변에는 낙석 위험이 있으므로 사진을 찍기 위해 통제 구역으로 들어가기보다 현장 안내 표지판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현재의 사찰 공간은 폐광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불사를 시작해 2009년 대웅전이 조성됐으며 주변 바위에는 약사여래불과 독수리상 등이 자리한다. 광산이 남긴 거친 암벽과 불교 조형물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독특한 경관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풍경은 영상 콘텐츠의 배경으로도 활용됐다. KBS 드라마 ‘가슴이 뛴다’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종교적인 목적뿐 아니라 드라마 촬영지를 찾거나 독특한 건축·공간을 둘러보려는 여행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용 부담도 크지 않다. 반야사는 입장료와 주차비를 받지 않아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다만 오후 5시 이후에는 출입이 금지되므로 동굴법당과 암벽 주변을 충분히 살펴보려면 낮 시간대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자동차로 찾아갈 때는 운전에도 주의해야 한다. 사찰로 이어지는 시골길 일부가 좁고 구불구불해 맞은편 차량과 마주칠 가능성을 고려해 속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특히 처음 방문한다면 해가 지기 전에 관람을 마치도록 일정을 잡는 편이 안전하다.
반야사는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온 전통 사찰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억할 만한 곳이다. 석회를 캐던 폐광이 동굴법당으로 바뀌고, 광산 개발이 남긴 절벽이 오늘날 독특한 사찰 풍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읽을 수 있다.

이번 9월에는 평범한 산사 대신 폐광과 동굴법당, 거대한 암벽이 공존하는 조금 다른 사찰여행을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