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과 함께 봄 절정을 수놓는
강진 남미륵사
올해도 붉게 물든다

전라남도 강진군 군동면에 자리한 남미륵사에 다시 봄꽃의 계절이 찾아왔다. 남미륵사 일대는 매년 4월이 되면 사찰 입구에서 경내까지 서부해당화와 철쭉이 장관을 이루며 붉은 물결을 펼친다.
특히 올해는 꽃이 예년보다 빠르게 피어나면서 주말을 앞두고 ‘절정’ 시기를 맞고 있다. 수백만 그루의 꽃나무가 만들어낸 풍경 속에서 남도의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남미륵사는 단순한 사찰 그 이상이다. 1980년 석 법흥 스님이 창건한 이 사찰은 40여 년간 스스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며 현재의 웅장한 모습으로 중창되었다.

세계불교 미륵대종 총본산으로 알려진 이곳은 단일 사찰로는 드물게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찾는 남도 대표 관광사찰로 손꼽힌다.
입구에 놓인 5m 높이의 코끼리상부터 방문객을 맞이하며, 경내로 들어서는 일주문 길목에는 철쭉과 서부해당화가 터널처럼 드리워져 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남미륵사의 진가는 단지 꽃에 그치지 않는다. 높이 36m, 둘레 32m의 동양 최대 황동 아미타대불이 경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불이문·33관음전·만불전·천불전 등 불교 건축과 조형물이 사찰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미타대불은 무량한 생명과 빛을 상징하며 극락으로 인도하는 부처로, 그 자체로 많은 이들의 기도처가 되고 있다.

불이문을 지나면 상징적으로 불국토에 들어선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도 흥미롭다.
당초 남미륵사에서는 4월 중 강진군과 함께 서부해당화 봄꽃축제를 열 예정이었지만, 전남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여파로 인해 축제는 사찰 주관 자체 행사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축제가 취소되었다고 해서 꽃의 개화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사찰 측은 꽃놀이를 즐기러 오는 방문객들을 위해 꽃길을 최대한 개방하고, 강진군 역시 많은 인파를 고려해 교통과 안전, 편의시설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꽃이 가장 만개한 시기,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남미륵사의 봄은 그 자체로 축제다.

수많은 붉은 꽃들이 부처의 자비를 닮은 듯 사찰을 품고, 탑과 불상, 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오히려 조용한 힐링의 시간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걷다 보면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남미륵사는 ‘전국 최고의 서부해당화 명소’라는 수식어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