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화려한 궁궐과 한옥, 음식과 K팝만으로는 오늘날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근현대사의 현장에는 식민지배와 독립운동, 국가폭력 등 지금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 남아 있다.
전쟁·학살·재난처럼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를 직접 찾아 역사를 돌아보는 여행을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부른다. 해외에서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와 뉴욕 9·11 메모리얼 박물관, 캄보디아 킬링필드, 히로시마 원폭 돔 등이 대표적인 장소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됐던 공간과 국가폭력의 흔적을 간직한 시설이 남아 있지만 대중적인 관광 코스로서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로 궁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과 달리 대표적인 근현대사 현장을 방문한 외국인은 2024년 기준 1천 명대에 머물렀다.

광복절 직후인 8월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직접 마주하는 여행의 의미를 되짚기에 더욱 적절한 시기다.
화려한 서울 관광의 이면에서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근현대사 여행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궁궐엔 200만 명 넘게 갔는데 여긴 1천 명대였다”, 광복절 직후 다시 봐야 할 근현대사 여행지

8월 16일 현재 광복절은 막 지났지만,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행은 하루짜리 기념행사로 끝낼 필요가 없다.
국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 꼽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현장에서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과 학살, 재난 등 비극적인 역사가 발생한 장소를 찾아 그 의미를 되짚는 여행을 뜻한다. 해외에서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와 미국 뉴욕의 9·11 메모리얼 박물관, 캄보디아 킬링필드, 일본 히로시마 원폭 돔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서대문형무소와 국가폭력의 상징적 장소인 남영동 대공분실 등이 대표적인 근현대사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 거론된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러한 역사 공간에 대한 관심은 아직 낮은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인기 관광지점 1위인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은 2024년 202만7천87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278만3천998명으로 더욱 증가했다. 반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외국인은 2024년 기준 1천433명에 그쳤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서울의 인기 관광지점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진흥 정책상 중요하다고 판단한 서울 관광지점은 18곳으로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서대문형무소 등이 포함된다. 같은 관광지점으로 분류되면서도 외국인의 실제 방문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관광상품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나타난다. 여행 플랫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경복궁과 창경궁 등 궁궐·시장 투어는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서대문형무소 등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구성한 상품은 1∼2개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 근현대사 투어의 수요도 높지 않다. 관련 업체에서는 한 달 동안 16차례 서대문형무소와 남영동 대공분실 투어를 제공하지만 절반가량은 참가자가 모이지 않아 취소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근현대사의 복잡한 국가 간 관계를 정확하면서도 균형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 역시 관광상품을 구성하는 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식 관광 프로그램 역시 아직 부족하다. 서울 시내 역사적 장소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며 걸을 수 있는 공식 도보 투어가 마련돼 있지 않고, 관광안내서에서도 장소별 소개는 확인할 수 있지만 역사적 맥락을 따라 이동하는 다국어 도보 코스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 관광의 외연이 넓어지는 지금 오히려 근현대사 여행의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천71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했다. 6월 외국인 카드 지출액도 2조544억원으로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비극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르는 외국인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해방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변화해온 과정과 주체성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역 앞 강우규 의사 동상과 명동의 우당 이회영 선생 흉상, ‘삼순이 계단’으로 알려진 남산의 조선신궁 흔적처럼 외국인이 자주 찾는 지역에 남아 있는 역사적 장소를 연계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익숙한 관광 동선 안에 근현대사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자는 취지다.
광복절은 하루지만 그날을 만들어낸 역사는 하루 만에 이해할 수 없다.
궁궐과 한옥을 보고 음식을 맛보는 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이 어떤 시간을 지나 오늘에 도달했는지 알고 싶다면, 이번 8월에는 역사의 가장 어두웠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공간을 직접 걸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