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추천 여행지

바다와 절벽 사이, 그 경계에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파도가 깎고, 시간이 다듬은 바위는 부채처럼 펼쳐져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다.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해안 산책이 아니라, 수백만 년 전부터 이어진 지각 운동의 흔적 위를 천천히 밟아가는 일이다.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위에 조성된 이 길은 동해의 형성과정을 품은 지질 유산이자 군사용 정찰로에서 대중 탐방로로 바뀐 특별한 공간이다.
울창한 숲과 바다를 동시에 마주하며 걸을 수 있고, 어느 계절이든 조용히 풍경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길의 종점에서는 어촌의 정취까지 덤으로 만나게 된다.

이름처럼 부채 모양으로 펼쳐진 해안 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2.86킬로미터의 길,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해안단구 탐방길로 떠나보자.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왕복 가능한 평탄 코스, 학술 가치 있는 암석지형도 함께”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50-39에 위치한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시작해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약 2.86킬로미터의 해안 산책로다.
이 길은 과거 군사용 정찰로로만 쓰이던 폐쇄 구간이었으나, 이후 일반인에게 개방되며 자연을 체감할 수 있는 탐방 코스로 바뀌었다.
전 구간은 해안선을 따라 비교적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단순한 바닷길로 보기에는 이 길이 담고 있는 의미가 깊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지형이기 때문이다.

약 200만~250만 년 전, 지각 운동과 침식 작용, 해수면 상승 등의 복합적인 지질 변화로 형성된 이 지형은 동해안의 생성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책로 곳곳에서는 단단하게 드러난 암석의 단면이 절벽처럼 솟아 있어 지질학적 가치뿐 아니라 시각적인 장관을 선사한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 해안단구 지형이 실제로 부채처럼 벌어진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중간중간 울창한 숲길로도 연결되어 있어 걷는 동안 시선이 단조롭지 않다. 특히 조용한 계절인 11월 초에는 관광객이 비교적 적어, 여유로운 보행과 풍경 감상이 가능하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계절과 상관없이 상쾌하며, 바위 절벽 아래로 밀려오는 파도는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탐방의 종점인 심곡항에 도착하면 작지만 정감 있는 어촌 마을이 여행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이곳에서는 동해의 풍경과 함께 마을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으며,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왕복 코스로 여유롭게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동해 바다를 따라 걷는 특별한 지질 탐방, 해안단구 길 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