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냐, 보존이냐
한라산을 둘러싼 끝나지 않은 논쟁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관광 접근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찬성 측과 자연 훼손 우려를 강조하는 반대 측의 줄다리기는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반복돼온 제주도의 오래된 고민이다.
최근 오영훈 제주지사가 “케이블카 설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취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오 지사는 지난 8일 열린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한라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 천연보호구역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세계유산위원회에 이를 보고해야 하고, 지정 취소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케이블카 도입을 요구한 의원의 질문에 대해 “관광약자 배려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보다 환경적 보존 가치가 우선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오 지사는 대신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도심항공교통(UAM)을 언급했다. UAM이 상용화되면 헬기 이착륙장이 이미 마련돼 있는 백록담 인근까지 접근이 가능하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관광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제주도는 이미 성산일출봉, 송악산, 마라도 등을 연결하는 관광형 UAM 도입을 추진 중이며, 향후 한라산까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은 최근에만 거론된 이야기가 아니다. 논란의 시작은 무려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도는 한라산 1900m 고지까지 9.1km에 달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다.
이후 1968년, 1977년, 1990년대, 2000년대까지도 케이블카 설치는 꾸준히 추진됐으나 그때마다 환경훼손 우려와 도민사회의 반발로 무산돼 왔다.
실제로 1960년대에는 백록담까지 차량이 오갈 수 있는 도로를 개설하려는 계획도 있었다.

당시 제주도는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연결되는 14km 구간 중 6.5km를 새로 뚫는 대규모 공사를 준비했다.
도로 개설을 위해 8만여 명이 동원될 계획이었고, 벌채 대상 나무는 9000그루에 달했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을 이유로 정부가 공사 중단을 지시하면서 결국 백지화됐다.
이처럼 한라산을 향한 개발 시도는 시대를 넘어 이어졌지만, 매번 보존을 중시한 제동에 가로막혔다.
특히 한라산이 천연보호구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에는 그 무게감이 더욱 커졌다.

지금도 케이블카 설치가 현실화될 경우 유산위 보고와 재평가 절차를 거쳐 지정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보존의 가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최근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인식조사와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도민 전체 의견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오영훈 지사는 “도의회 다수가 논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면 검토는 가능하다”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기술 발전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준에 도달했을 때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60년 넘게 반복된 한라산 케이블카 논쟁은 단순한 관광개발을 넘어 환경, 유산, 그리고 지역사회 합의의 문제로까지 확장돼 있다. 유산 보존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제주도는 여전히 갈림길에 서 있다.
자연은 그대로 둘때 가장 자연스러운법이지요